- 자국민은 탈출 위해 공항 점거
- 미군기에 오르려다 총격받기도
- 文대통령 “교민 철수에 최선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마치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진입해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아 대통령궁을 접수했다.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대원들. 이들이 개방적 정부 구성과 인권 존중을 약속했지만 현지인들의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이날 카불 주재 대사관에서 성조기를 내렸고, 거의 동시에 탈레반은 미군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에도 깃발을 꽂고 승리를 과시했다. 탈레반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하면서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카불 시내를 점령해 이날 저녁에는 대통령궁까지 접수했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위해 현지인들이 카불 공항에 몰려들었다.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이날 모든 민항기 운항이 중단됐다. AFP 연합뉴스

CNN방송은 탈레반이 별다른 저항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카불 시내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탈레반은 미국이 아프간 완전 철군 계획을 지난 5월 실행한 이후 전광석화 같은 공세를 퍼부어 아프간 대도시를 며칠 사이에 차례로 함락한 데 이어 이날 수도까지 손에 넣게 됐다.

미군 철수 시작 후 약 두 달 만에 아프간 내 400개 지역 가운데 외곽 지역들을 중심으로 거의 반 이상을 점령하더니 이달 6일을 전후해서는 아프간 주요 거점 도시들을 본격 공략, 불과 10일 만에 수도 카불까지 점령한 것이다.

외신은 아프간 도시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표현했다.

카불을 접수한 탈레반은 즉각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평정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곧 아프간 새 정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탈레반은 고립된 채 살고 싶지 않고, 평화적인 국제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는 공포와 혼란에 휩싸여 카불 국제공항으로 탈출 인파가 몰려들었다.

미 국무부가 16일 자국 대사관 인력이 전원 대피했다고 밝히는 등 서방국 인력들이 아프간을 떠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아프간에 있는 우리 교민들의 안전한 철수에 최선을 다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미 대사관 관계자들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아프간 국민들이 비행기에 태워달라며 활주로를 장악하자 미군이 경고사격을 가했고 아프간인 여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또 이날 오후 카불 국제공항에서는 모든 민항기 운항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탈레반이 단시간에 아프간을 접수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질서 유지라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유선 기자 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