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인권 침해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지난 1년간 최소 500명이 살해됐고, 8000여 명이 불법으로 구금됐다. 국제 시민사회는 UN 및 ASEAN 등의 국제기구 및 국제지역기구의 실질적 영향력 한계를 비판하며 미얀마에 대한 정치·경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미국 영국 EU는 미얀마 군부 및 일가의 재산을 동결해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핀셋 제재(Targeted Saction)를 이행했다. 공적개발원조 차관을 제공해온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일본 독일 한국도 차관 금지 조치를 단행하며 군부 압박에 동참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고립에 익숙한 미얀마 군부는 군사협정을 맺은 동맹국과의 군사·경제·정보 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얀마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난맥상 속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는 미얀마 시민과 미래세대다. 시민 불복종 운동 (Civil Disobedience Movement, CDM)에 참여했던 언론인 의료인 교육자 청년에게 집중되는 구금 감시 및 집단적 보복 조치 등의 인권침해 상황은 처참하다. 최근 주요 국가는 차관 중단을 넘어서 미얀마 기본권과 생계에 직접적 영향이 있는 보건 교육 식량 등의 무상원조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국제 민간단체도 현지 사무소를 철수하면서 현지 파트너의 안전과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우려되는 대목은 이들 정부와 국제기구가 미얀마에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데 주저하면서 코로나 위기, 국경 난민 발생, 최빈곤층의 식량 위기, 아동 보호 등의 총체적 인도적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에 최근 유럽에서는 대미얀마 강경 제재론, 미얀마 피로감, 무력투쟁 지지 입장이 부각되면서 학술 문화 장학생 지원 같은 비정치적 민간 협력까지 제재의 대상으로 논의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군부에 대한 정치경제 제재는 중요한 외교적 도구이며 부분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국제연대는 중장기적으로 민주주의 연대의 고리를 끊고, 미얀마 사회를 고립시키며, 시민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이 있다면 최근 미얀마 상황에 지지와 관심을 보이는 우리나라 시민이 “제재인가 아닌가”라는 이분법적 논쟁에 천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화려하지 않지만 미얀마에서 풀뿌리 운동을 해 온 한국단체들의 저력과 국내외 미얀마 언론인 활동가 교육자 의료인 유학생 지원을 실천하고 있는 ‘드러나지 않은 조용한 파트너(Silent partners)’들의 실천력과 영향력은 놀랍다. 우리 사회에 미얀마를 넘어 동남아시아 문화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정부 단체 교육기관 및 개인이 존재하는 한 미얀마와의 인도적 지원과 인적 교류는 오히려 더 확대되고 더 세심해질 것이다. 단절이 아닌 비판적 개입, 이웃사회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우리나라 국제연대를 한 단계 성숙시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