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범기 빼닮은 군기에 사열

일본 해상자위대가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6일 역대 두 번째로 국제관함식을 개최했다. 여기에 우리 해군도 참여,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기인 욱일기와 모양이 거의 같은 해상자위대기에 거수경례해 ‘욱일기 경례’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관함식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해상자위대 헬리콥터 MCH-101를 타고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으로 이동, 이날 오전 10시30분께 항공모함급으로 평가받는 대형 호위함 ‘이즈모’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기시다 총리가 오전 11시5분께 갑판 사열대에 모습을 드러낸 뒤 호위함 ‘시라누이’를 시작으로 이즈모 등 함정 4척이 사가미만 동쪽에서 서쪽으로 항해하면서 국제관함식은 본격화했다. 관함식은 군 통수권자가 함대와 장병을 사열하는 의식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6일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개최한 국제관함식에 한국 해군의 최신예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참가하고 있다. 소양함에 탄 한국 해군이 욱일기와 모양이 같은 해상자위대기가 달린 이즈모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일본 해상자위대 유튜브 계정 캡처 연합뉴스

이후 일본 호위함 ‘아시가라’를 따라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등 외국 해군 선박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한국 해군이 파견한 최신예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ｔ급)은 9번째 순서로 항해했다. 유튜브로 중계된 영상에서 한국 해군은 다른 나라 해군들과 마찬가지로 해상자위대기가 달린 이즈모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상공에서도 자위대 항공기, 미국 전투기 F/A-18E 슈퍼호넷과 F-35B, 프랑스 팔콘 200 초계기가 연이어 비행하는 등 함대 주변에서 선박·항공기가 다양한 훈련 모습을 보였다.

해상자위대는 창설 50주년이었던 2002년에 첫 번째 국제관함식을 개최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관함식에는 14개국이 참가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초청되지 않았고, 중국은 초청됐으나 불참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이즈모에서 “일본이 전후 평화국가로의 행보를 지키겠다. 안전보장에 관한 대처를 투명하게 국민과 국제사회에 정중히 설명하겠다”고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해군은 2015년 이후 7년 만에 일본이 주최하는 관함식에 참가했다. 2002년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2015년 구축함 대조영함을 일본 관함식에 보냈으나 올해는 전투 함정 대신 군수지원함을 보냈다. 이는 우리 전투 승조원이 욱일기 모양의 해상자위대기에 경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풀이됐으나 결과적으로 우리 군이 경례하는 모습이 노출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한 참가라는 게 우리 국방부의 설명이지만 전범기인 욱일기에 경례하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되면서 관련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