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탱크 동원 전국서 교전
- 美외교차량·EU대사 공격 당해
- 국제사회, 휴전 제안 등 중재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벌끼리 충돌이 격화하면서 지금까지 사망자가 200명에 육박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국제사회는 휴전안 제안 등 중재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AFP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충돌이 지난 15일부터 사흘째 이어졌다. 수도 하르툼과 인근 옴두르만에서는 이날 오전 2시간가량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이 진행됐고 탱크와 장갑차 포격, 기관총 등이 동원된 시가전도 이어졌다. 교전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했다. 서부 다르푸르와 동부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국경에서도 무력충돌 소식이 전해졌다.

교전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한 사상자가 속출했다. 볼케르 페르테스 유엔 수단 특사는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로 최소 185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18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제기구와 외교관도 피격됐다. 지난 16일엔 북다르푸르에서 활동하던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직원 3명이 숨진 데 이어 17일엔 미국 외교차량이 RSF의 공격을 받았다. 이날 에이단 오하라 수단 주재 유럽연합(EU) 대사도 하르툼 내 거주지에서 공격받았다.

이번 유혈 사태는 권력을 장악한 군벌 간 이견으로 빚어졌다.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주도하는 준군사조직 RSF, 이들 두 군벌은 2019년 함께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했고, 2021년에는 과도 정부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RSF를 정부군으로 통합하는 문제 등을 놓고 양 지도자가 갈등하면서 무력충돌로 치달았다.

수단의 유혈 사태가 유럽 및 중동과 가까운 북아프리카 주변국의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유엔 EU 미국 등 국제사회는 대화를 촉구하는 등 적극 개입하는 모양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두 지도자와 통화한 것은 물론 아프리카연합(AU), 아랍연맹 등과도 접촉 중이라면서 “수단에서 발생한 무력충돌을 규탄하며, 정부군과 RSF 지도자들에게 즉각 적대 행위를 멈추고 위기 해결을 위한 대화 시작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이날 부르한·다갈로 장군과 각각 통화하고 휴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동아프리카 지역 연합체인 정부간개발기구(IGAD)는 휴전 중재를 위해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살바 키이르 남수단 대통령, 이스마일 오마르 구엘레 지부티 대통령을 수단에 파견할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휴전안을 마련 중이라고 이집트 보안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집트는 수단 정부군을 지원해 왔고, RSF의 다갈로 장군은 UAE 러시아 등과 관계를 다져 왔다.

이 같은 국제사회 중재 노력에도 양측은 강경 입장을 계속해 휴전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RSF 다갈로 장군은 성명을 내고 “부르한의 군대가 미그기를 동원해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잔인한 작전을 펴고 있다.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며 정부군을 비난했다. 반면 정부군은 RSF를 반란군으로 규정하고 해산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