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외교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다”고 답했다. 다만 연락할 시기나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김정은을 잘 알고, 매우 잘 지냈으며 그를 상대해 본 유일한 사람”이라며 친분을 내세운 바 있다.

그간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임기 초반에는 북한과 대화 재개를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최우선으로 끝내겠다고 공언해 북한과의 접촉은 현실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 김 국무위원장과 북한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북미 정상외교 재개의 포석을 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칭하고서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밤에 열린 무도회에서도 군 관계자를 상대로 김 국무위원장을 언급했다. 이후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과 영상통화 도중 “김정은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해당 발언은 기자의 질문이나 답변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북한을 거론한 것이라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북미 대화 재개를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대화를 통해 러시아 무기 지원과 파병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북한의 지원이 끊긴 러시아를 종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끔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합의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졌던 것과 달리 핵군축이나 핵동결 등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스몰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됐고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필요한 외화와 물자를 확보하며 국제사회의 제재에 더 내성이 생겼다는 현실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비핵화를 단기에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과의 소통 결과, “북핵 환경이 트럼프 1기 때와 달라졌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