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 때문에 아픈 걸까? /마르틴 에뉘 외 글·이주희 옮김/ / 스콜라/ 8800원

어느 날 암이란 녀석이 평화로운 집안을 덮쳤다. 식구들중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 준비를 하던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어린 앨리스는 아빠의 설명을 듣고서야 엄마가 '암의 나라'로 갔다는 걸 알게 된다. 앨리스의 아빠는 지금까지 행복하고 즐겁기만한 세상에서 살아 온 딸에게 엄마가 중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차마 하지 못했다.

이 책은 동화의 형식을 빌려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부모가 큰 병을 앓게 됐다는 걸 자녀에게 알리는 게 옳은가. 알린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펴 온 지은이들은 그런 물음에 도움을 주기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세상이 밝지만은 않다는 걸 어린이도 언젠가는 알게 된다. 그들은 이제 죽음 질병 슬픔 이별같은 생소한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냉엄한 현실을 아무런 면역력이 없는 아이들에게 불쑥 들이댈수는 없는 노릇이다. 앨리스만 하더라도 엄마가 암의 나라(병원)로 가게 된 이유가 자기 탓인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 하필 이런 불행이 왜 우리 집에 생긴 것 일까하는 분노와 그런 상황에 대해 무력하기만 한 자신에 대한 슬픔, 혼란감….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 앨리스는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행복의 나라'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세상에는 슬프고 불행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인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앨리스는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란다.

"그래, 이 세상에 불행과 죽음 이별이 있다고 해서 행복한 나라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둘이 같이 살아왔는데 내가 몰랐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