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구아나 배익천 글 / 한수진 그림/ 계림/7500원

부산을 대표하는 동화작가 중 한 사람인 배익천 씨가 지난해 마지막 작품으로 내놓은 안녕, 이구아나는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동화 14편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창작 동화집이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지어진 각 작품 속에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 빚어낸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작가는 사랑, 우정,인내 등 아무리 말해도 와닿지 않는 감정들을 다양한 캐릭터와 소재에 버무려 표현해냈다.

표제작 '안녕, 이구아나'는 갑자기 집에 나타난 이구아나와 이것을 작은 공룡으로 생각하는 소년 창민이의 따뜻한 교감을 그린 작품이다. 이구아나는 어느날 갑자기 창민이 앞에 나타나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지만 창민이는 화를 내긴 커녕 짧은 인연을 맺은 이구아나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풀어낸 작품도 있다. '국화꽃 편지'는 전쟁의 포성 속에서 운명을 달리한 남편을 그리워하며 남편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인 국화꽃을 평생 키우고 나누어 주며 살아간 한 여인의 이야기다. 남편이 아내에게 보낸 절절한 편지 속에는 그 따뜻함에 살포시 웃음짓게 하는 사랑의 마음이 묻어난다. '다리가 된 방아깨비'도 희생과 사랑 이야기다. 황부잣집 딸을 사모해 인간이 되고싶어하던 도깨비는 부처님의 도움으로 인간이 되지만 부잣집 딸을 사모했다는 이유로 맞아 죽는다. 하지만 방아 속에 깃든 도깨비의 혼은 끝까지 꽃분이의 주변을 맴돌면서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그녀를 돕는다.

사람이 아닌 사물, 혹은 동물이 주인공이 돼 이야기하기도 한다. '동그란 벽시계의 기도'는 공장에 걸린 시계의 입장에서 바라본 노사분규 현장을 그리고 있다. 서로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며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던 노사는 결국 화합하지 못해 공장은 문을 닫는데, 이 상황에서도 시계는 희망의 싹을 버리지 않고 행복했던 시절을 꿈꾼다. '맷돼지 푸우'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동물 포획을 다루고 있다. 올무에 걸려 엄마를 잃고, 서리를 하다 동생들까지 잃은 푸우는 인간을 증오하지만 한 아저씨가 푸우 집 근처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닫혔던 푸우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별이 되고 싶은 불가사리' '장승의 눈물'도 각각 불가사리와 장승, 느티나무의 입으로 듣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이와 함께 작은 벌레도 귀하게 여기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훈장이 된 무당 장군', 묵묵함의 미덕을 담은 '구복이는 황금 거북이', 따뜻한 인정의 소중함을 그린 '할머니와 돌장승' 등 훈훈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별불가사리는 바람을 먹고 산단다' '장승의 가슴은 나이테마다 기쁨이 고였습니다' '새색시는 가슴을 다독이며 방울방울 눈물을 달고 다녔지요'처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