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닷컴 이수희 대표(오른쪽)와 직원들. 직원은 모두 9명이다. 조아라닷컴은 초기적 형태의 블로그와 UCC(사용자가 창작해서 올린 인터넷의 콘텐츠)를 선보여 이 부문을 주도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문학사이트 조아라닷컴

인터넷 웹사이트 순위 매기기와 분석·평가 전문 사이트인 랭키닷컴(www.rankey.com)에 따르면 4일 현재 문학 부문에서 방문자 규모로 전국 1위 사이트는 조아라닷컴(www.joara.com)이다. 조아라닷컴은 한국의 전체 인터넷 홈페이지 순위에서 264위를 달리고 있다.

본격문학의 독자들이나 성인층 네티즌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를 이름인 조아라닷컴을 시작하고 이 만큼 성장시킨 사람은 부산의 젊은 인터넷기업가 이수희(36) 씨다. 그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조아라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터전도 물론 부산이라는 맨땅이다. 이수희 조아라닷컴 대표를 지난 3일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 센츄리빌딩의 부산소프트웨어지원센터 802호 사무실에서 만났다.


판타지 등 젊은 층의 인터넷문학 활동 주도

"2004년께 조아라닷컴의 순위는 네이버 다음 야후 등을 포함하는 한국 전체 홈페이지 가운데 49위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습니다. 2004년부터 2005년 사이 약 10개월 동안은 100위권을 지켰지요. 지금은 조아라닷컴을 둘러싼 시장의 사정이 나빠지면서 200위권으로 물러났지만, 오히려 이런 일보 후퇴를 이보 전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대표의 표정은 진지했다.

조아라닷컴은 이른바 '장르소설' 전문 웹사이트로 분류할 수 있다. '장르소설'이라는 용어가 다소 애매한 구석은 있지만, 청소년과 대학생층 그리고 20~30대 네티즌 등 젊은 층이 '나도 작가'가 되어 쓰는 '상상의 문학'을 일컫는다고 보면 된다. 판타지 소설이 그 대표 선수이고 무협 SF 공포 추리 전쟁소설과 팬픽(대중문화 작품이나 스타의 팬이 작가가 되어 자신의 뜻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르) 등이 주를 이룬다.

기성 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하위문화의 범주로 분류하겠지만, 청소년과 젊은 층 사이의 인기와 참여 열기로 본다면 장르소설은 충분히 뜨거운 장르다. "조아라닷컴의 회원은 현재 약 37만 명, 하루 평균 웹사이트 방문자는 10만 명 정도 됩니다. 회원으로 등록하면 누구나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데 홈페이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많을 때는 분당 1편 꼴, 하루 평균 200편의 연재물이 올라옵니다." 이 대표의 설명이다. 조아라닷컴은 이 많은 작품들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에 서버 16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웬만한 지역언론사의 인터넷 서버 규모보다 훨씬 크다.

대개 닷컴기업들이 그렇듯, 시작은 미미했다. "대학을 마치고 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 아는 분이 조아라닷컴을 함께 하자며 제의를 해왔어요. 재밌겠다 싶어 취미 삼아 둘이서 시작했죠. 제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2000년 11월에 사이트를 열었는데 처음에는 소설 시 평론 무협 판타지, 다섯 장르를 두었죠. 시작하고 한 5년 동안 사무실도 따로 없었고 우리 집의 내 컴퓨터로 일을 다 했습니다. 사무실을 처음 연 건 2004년말이 되어서였습니다."

사이트를 열고 2년만에 동업자는 그만뒀지만 이 대표는 조아라를 밀고 나갔다. "유저(사용자)들이 자꾸 새로운 요구를 해와서 장르를 늘렸죠. 지금은 17개 장르가 있습니다."

성장했지만 수익 구조 창출 등 난관도 많아

이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문학도도 아닌 그가 지방에서 취미 삼아 시작했던 문학사이트인 조아라닷컴이 이 방면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일찍 뛰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짧은 설명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조아라닷컴을 시작할 당시, 네티즌이 인터넷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겨우 댓글 정도가 있었죠. 우리는 이런 제약을 허물었습니다."

회원이면 누구나 인터넷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아무런 제약 없이 작품을 쓸 수 있게 해주었고 투데이베스트, 선호작품 등록 등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서 적용했다. 컴퓨터전문가인 이 대표는 홈페이지의 인터페이스(사용환경)도 철저히 사용자의 요구에 맞췄다. "현재 유사한 사이트들에서 우리가 개발한 개념과 구성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찍 출발한 조아라닷컴이 독창적인 노력으로 사용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표준모델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선두주자였던 조아라닷컴은 거침없이 커나갔고 2004년께 정점을 쳤다. "현재도 판타지등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20여 곳이 조아라닷컴을 검색하면서 좋은 작품을 골라 책으로 출판하고 있습니다. 2004~2005년에는 조아라닷컴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월 평균 50종의 장르소설이 종이책으로 출판됐고 지금도 한달에 10여 종 정도는 책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조아라닷컴을 통해 전업작가로 나선 사람만도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 명에 이르죠."

현재 조아라닷컴이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은 100여 곳에 이른다. SKT, KT 등 통신사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를 조아라닷컴에서 구하고 게임업체들은 이 사이트에 올라 있는 수많은 게임소설에서 게임 원작을 검토한다. 영화사 쪽에서도 시나리오 확보를 위해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도 조아라닷컴은 큰 고민이 있다. 수익 구조의 창출과 정착이다. "현재 통신회사 등에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의 수익은 미미하고, 책이 출판되더라도 조아라닷컴에 돌아오는 수익은 한 푼도 없습니다. 작가와 출판사 사이의 중개자 구실만 했기 때문이죠." 조아라닷컴의 지난 해 매출은 1억 원대, 올해는 3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도서대여방이 크게 줄어드는 등 시장의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수익 구조를 연구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아라닷컴 차원에서 작가들과도 출판을 위한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있고, 모바일 서비스 등 서비스 창구를 다양화하는 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2월 주문형출판(POD) 사업도 시작해 다음 달께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 대표는 "조아라닷컴의 문학 콘텐츠가 비록 엔터테인먼트에 치우친 감이 있다해도, 크게 보면 정신을 담는 그릇으로서 문화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는 만큼 긍지가 있다"며 지역 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네티즌들이 조아라닷컴에 연재한 소설 중 전문출판사와 연결돼 출판된 책들. 전업작가 수십 명을 배출했다.

# "창작의 기쁨 맘껏 즐겨요"

- 이수희 대표

이수희 조아라닷컴 대표는 부산대 화학과를 졸업했고 컴퓨터를 부전공했다.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인터넷기업이고, 콘텐츠가 문학이라해도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아라닷컴은 청소년과 젊은 층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을 끌어내 창작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 존재라는 점에서 저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 대표는 "가출한 청소년들이 PC방을 전전하다 조아라닷컴을 접한 뒤 글쓰는 기쁨을 느끼고는 자연스럽게 귀가한 적도 있다"며 지난 8년 동안의 에피소드도 많이 들려줬다.

고충도 많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크게 지원받는 것 없이 자체의 힘으로 이끌어가다보니 빚도 많이 내야 했고 내가 벌어놨던 돈도 많이 쏟아부었다"며 경제적 고민도 숨기지 않았다. "또 부산에 있다 보니 서울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기 힘들고 사업 자체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아 여건만 된다면 서울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도 했다. 조아라닷컴의 분투기에는 인터넷이 펼쳐주는 가능성과 서울이 아닌 지역의 기업으로서 짊어져야 할 어려움이 모두 녹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