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소설가 김별아(사진) 씨의 목소리가 맑았다. 금방 치과 치료를 받고 나온 길이어서 입에 솜을 물고 있다고 했다. 말하기가 좀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그가 캐나다로 훌쩍 돌아가지 않고 서울에 머물고 있다는 게 어딘가. 앞뒤 잴 것 없이, 책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을 털어놓고 봤다.

2년 동안 캐나다에 머물면서 장편소설 논개를 펴내고 잠시 귀국한 김별아 씨와 9일 전화로 만났다.

-논개라는 인물에 대해 언제부터, 왜 관심을 갖게 됐나?

▲캐나다에서 '황우석 사태'를 지켜봤다. 바깥에서 보았으므로 차분하게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굉장히 놀라웠던 것은 이 사태를 접한 사람들과 언론이 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했다는 점이다. 애국이나 충(忠)과 같은 것이 (진실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이기보다) 이렇게 이데올로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민족주의나 애국주의 앞에서 신중하다. 그것은 순기능도 있지만 개인적, 주체적 가치를 전체와 역사라는 이름을 내세워 함몰시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고민하다 논개를 만났다.

('내게 그녀는 충이나 절로 치장된 의기(義妓)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택한 강인한 여인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의 테마는 충성이나 절개가 아닌 사랑과 죽음이다'-작가의 말 중)

-'날아올라'로 시작하는, 논개가 적장을 안고 물에 투신한 첫 장면의 묘사가 인상 깊다.

▲논개는 충의의 상징으로 공식적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그러나 논개가 죽음을 택한 이유가 과연 그것뿐이었을까. 삶도 죽음도 복합적인 것이다. 뒷날 사람들의 해석이 고착된 것이 현재의 논개상이다. 이 소설에서는 사랑에 지극했고 연약하고 보잘 것 없기에 오히려 강인했던 여성으로 논개의 삶과 죽음을 그리고자 했다. 1권의 경우 성장과정 등 많은 부분을 상상력에 의존해야 했다. 그것이 힘들었다. 진주성싸움 등이 나오는 2권은 자료가 많고 이야기도 굵직해 오히려 수월했다. 2권까지 넘어가면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웃음)

-당시의 제도와 풍속 묘사, 우리 옛말, 소설의 무대 묘사 등이 무척 생생하다. 캐나다에서 어떻게 이렇게 썼나.

▲아직 많이 모자란다. 주제를 잡으면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몇달 동안은 공부가 일이다. 실제로 가본 곳보다 자료를 섭렵하고 공부해서 쓴 것이 많다. 더 노력해야 한다. 1년쯤 뒤에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캐나다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느낀 것도 배운 것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