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 김주원 씨.

지난 5월 국립발레단(예술감독 박인자)은 폴란드 우쯔에 있었다. 제19회 우쯔국제발레페스티벌 현장의 한 가운데였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발레페스티벌은 40년 역사를 자랑한다. 현대발레와 고전발레를 두루 기획하는 영향력 있는 페스티벌이다.

유럽이었다. 국립발레단은 최고의 대우를 받고 초청됐지만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다. '발레를 보는 높은 눈'들이 짱짱하게 빛나고 있는 유럽이었다. 5월 22일 첫 공연이 있기 전까지 국립발레단은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잘 모르는 발레단이었을 뿐이다.

"김주원과 김현웅이 주역을 맡은 첫날 공연이 막 끝났을 때였어요. 나이 지긋한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예요. 공연이 끝나고 할머니 할아버지 관객들까지 무용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죠."(박인자 예술감독)

이날 우쯔오페라발레대극장을 꽉 메운 관객 1600여 명은 커튼콜을 무려 4차례 외쳤다. 공연이 끝나고 10여 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객석을 떠나지 않았다. 기립박수와 "브라보!" "수페르!(최고)" 하는 감탄사가 객석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7일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 김용걸 씨가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백조의 호수' 남성 주역 지그프리드를 표현하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이틀째 공연. 관객은 더 몰려와 턱시도를 점잖게 차려입은 노신사들이 극장 계단에 앉아 공연을 보는 장면이 펼쳐졌다. "둘쨋날 공연이 끝나고 한 신사가 명함을 건네더라고요. 이스라엘의 공연기획자였는데 국립발레단을 2008년 이스라엘에 꼭 초청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뒤에 알고 보니 박인자 단장에게 명함을 건넨 이는 모리스 베자르 발레, 로얄발레단, 프랭크 시나트라 등의 초청공연을 성사시킨 이스라엘 공연계의 거물이었다. 유태인들이 유럽과 미국의 극장을 장악하고 있는 터라, 이스라엘 무대는 세계 진출의 도약대이면서 동시에 까다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발레단이 유럽 무대를 사로잡으며 세계 무대로 한 단계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이 때, 국립발레단이 공연한 작품이 바로 '백조의 호수'(안무 유리 그리가로비치)였다.

오는 25일 오후 7시, 26일 오후 4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수놓을 국제신문 창간 60주년 기념 '국립발레단과 함께 하는 발레리노 김용걸 초청공연'이 바로 이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이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국립발레단에서 만난 박인자 예술감독은 "폴란드 공연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은 우리 단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국내외 활약으로 국립발레단 도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 감독은 "이번 국제신문 창간 60주년 기념 부산 공연은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발레단은 프랑스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이다. 국립발레단 출신으로 여기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발레리노 김용걸이 지그프리드 역이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이름난 발레경연인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거머쥔 뒤 해외 여러 단체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 발레리나 김주원이 오데뜨 역을 맡는다. 한국 정상급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라이브 연주를 담당한다. 그리고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국립발레단이 여기에 함께 하는데 기대가 안될 수 있겠는가." 박 감독의 말에서 '최고'라는 낱말이 연신 쏟아졌다.

국립발레단 박인자 예술감독이 이번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발레단이 지방도시 공연을 하면서 오케스트라와 대동하는 것은 창단 이래 처음이며 부산 공연을 가진 것은 10년도 더 된 일이다.

이 공연의 주역 김용걸 씨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예고를 나온 부산 사람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현재 한국 발레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 씨는 어떨까. 8월 첫주 호주의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퀸즈랜드발레단 초청공연을 다녀온 김주원 씨는 "아시죠? 제 고향도 부산이에요"라고 말했다. "배정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서울로 올라갔죠. 우리 4남매가 여름이면 손을 잡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첨벙거리고 뛰어놀던 기억이 선해요. 김정순 (신라대) 교수님이 운영한 새싹발레단 1기죠." 박 감독은 김주원 씨에 대해 "상체의 라인이 백조보다 더 아름다운 최고의 발레리나"라고 평했다.

김용걸 씨가 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던 1998년 김주원 씨가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두 사람은 파트너로 뛰며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이번 공연에서 지그프리드와 오데뜨의 환상적인 호흡을 기대할 수 있는 또 한가지 이유다.

"백조의 호수는 발레의 영원한 고전이죠. 오데뜨와 지그프리드의 2인무(파드듀)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호숫가의 백조 군무, '네마리의 백조', 오딜(흑조)의 32회 연속회전(푸에테)의 화려한 테크닉은 또 어떻고요. 이 모든 것이 차이코프스키의 선율과 어우러질 때 객석에 앉아 계신다면 '백조의 호수'가 왜 영원한 발레의 고전인지 알게 되죠." 박 감독은 '백조의 호수'의 감상 포인트를 조목조목 짚으며 말했다.

김주원 씨는 발레리노 김용걸에 대해 "자신을 무섭게 내몰아치는 사람이자 존경하는 선배"라고 표현했다. 그 김용걸은 여전히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에서 치열하게 사는 삶에 눈을 떴다. 발레의 새로운 모습도 보았다.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드는 오데뜨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지만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내 나름대로 해석한 지그프리드의 모습이 배어나오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주역과 군무,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최고들이 어우러져 빚어낼 '백조의 호수', 이제 막 올릴 일만 남았다.

8월 25일 오후 7시, 26일 오후 4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VIP석 10만 원 R석 7만 원 S석 5만 원 A석 4만 원 B석 3만 원. 예매 www.ticket365.co.kr 1588-2528 공연문의 예솔기획 (0505)700-9798 국제신문 문화사업부 (051)500-5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