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인 운동이다. 자연을 회복시키고 인간과 소의 관계를 다시 신성하게 만들며 우리 존재를 새롭게 하는 것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 현대적인 축산단지 해체와 인간의 음식에서 쇠고기를 없애는 것은 인간의식에 펼쳐진 새로운 장을 예고하게 될 것이다."

'채식주의 장전'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이 선언적 문구를 쏟아낸 이는 제레미 리프킨이다. 자연·인문과학을 오가면서 자본주의 체제,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과학의 폐해 등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행동주의 철학자인 그는 '육식의 종말(원제 Beyond Beef)'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이 책이 국내에서 번역돼 소개된 때가 2002년 1월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 제레미 리프킨이 인류에게 던졌던 그 절박한 경고는 얼마나 먹혀 들었을까.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FTA 쇠고기 협상 결과가 해답 그 자체다.

이젠 육식이 종말을 고하기는커녕 우리 식탁을 더욱 거세게 파고들게 됐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적용했던 연령 부위 규제가 완전히 풀렸기 때문이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에서 생산된 쇠고기가 한국에 마구 들어오게 된 것. 국민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이후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주장하는 온·오프라인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의 이슈 청원코너에는 지난달 30일 한·미 쇠고기 졸속 협상 무효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이 벌어졌다. 불과 7일 만에 목표 13만6000명을 초과, 14만1502명을 기록했다. 이곳엔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청원도 올랐는데 서명숫자 조작이 거론될 정도로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대통령의 미니홈피에도 협상 타결을 항의하는 글들이 잇따르자 운영자는 "최근 4주간 게시글이 없습니다"라고 공시해 네티즌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평소 1만여 명이 방문하던 홈피였는데 말이다.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이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을 얻을 게 분명하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글들도 흉흉하기만 하다. "미국 축산농가에서 처치 곤란인 30개월 이상의 소(광우병 발병률이 높다), 이런 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광우병 잠복기간이 10년이라고 한다. 광우병에 감염돼도 10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만일 그런 사람이 발병 전 헌혈을 했다면? 변형 프리온(광우병 유발 단백질)이 수혈자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인간광우병이 수혈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니…. 너무 끔직하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필경 군인들이 먹게 될 게 분명하니 이를 무슨 수를 써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네티즌 청원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는 빗장을 뽑아버린 이 정부는 사태를 진정시킬 힘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우리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의 위협 속에서 떨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리프킨의 제언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쇠고기를 식탁에서 몰아내자는 외침 말이다.

우선, 쇠고기 소비와 소의 축산이 인류의 행복을 위협하고 지구촌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보자. 종류를 불문하고 쇠고기를 섭취할수록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짐을 기억하자. 안전한 쇠고기는 없다는 말이다. 지구의 식량 사슬에서 소가 인간보다 상위에 위치한 현실도 직시하자. 육식이냐, 채식이냐.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