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시집'이 짧은 시간동안'에서


▶정호승=1950년 대구 출생.1973년 '대한일보'신춘문예 시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 편지' 등.


재재처처가 부처라는데요. 우리를 무작정 지원하고 응원하는, 응석과 투정을 다 받아주는, 항상 같이 하면서 즉시 즉각 도와주는 그런 신을 만나고 싶은데요. 산산조각나서 천지사방 흩어지면 모두 화엄이고 꽃밭인데요. 한 개 구슬이 천 개 구슬이 되고 천 개 구슬은 한 줄에 꿰면 목걸이가 되는 원칙보다 상식이 더 아름다운데요. 천 갈래 만 갈래를 하나로 묶기도 하고 다시 풀기도 하는 그것이 금가거나 깨질까봐 노심초사 안절부절 하는데요. 망치로 깨고 두들겨도 소리도 피도 안 나는 게 고정관념이란 걸 생각과 마음이 아는데 다만 몸이 알지 못해요. 박정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