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춤과 몸짓언어로 향토사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

2009년 근교 문화원의 향토사를 통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사업에서 남녀공학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춤 중심의 예술교육을 진행했다. 1년 동안 신체표현을 통해 창의력을 극대화시켜 감성적 경험과 춤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또한 지역 설화를 움직임 표현을 중심으로 교육하되 음악, 미술, 연극, 과학 장르와 함께하면서 통합적 예술과정으로서 댄스 스토리텔링(Dance Storytelling)을 구성했다.

전체 프로그램 실행 전에 사전 조사로 학생들이 유행하는 춤을 배우거나 뮤지컬, 힙합을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막연히 수업을 신청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수업 초반에는 감정표현수단으로서 신체와 동작, 공연예술에 관한 설명을 했지만, 역시 향토사와 문화예술교육의 결합을 의아해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1년 후 학생들이 작성한 최종 교육활동 소감을 보니 처음 수업에 참여했을 때 학생들의 어려운 상황도 느껴졌지만 프로그램 후의 변화도 확연했다. "처음 많이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하면 할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여가 즐거웠고 공부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발표라든지 표현하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마땅히 일상생활에서 할 수 없었다. 이번을 계기로 자신감을 분출할 수 있게 되어 뭔가 시원했다" "연극이나 노래 등을 배우는 곳 인줄 알고 왔는데 아니라서 실망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역사에 대해 놀이로 배우니 훨 낫다고 생각한다. 이사를 가거나 전학을 가도 지역문화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교육과정이었기에 학생들에게 최신 유행의 춤보다 재미있었으며, 지역 역사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도록 하고, 마땅히 일상생활에서 표현하는 것을 할 수 없다가 이를 찾아내게 했을까? 답은 신체를 통해서 풀어나간 스토리텔링과 그 속에 녹아 있었던 자기 표현, 그리고 지역 설화를 통해서 스스로 얻게 된 향토에 대한 자긍심이었다.

춤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할까? 통합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며 만났던 다른 장르 예술강사가 왜 신체를 통한 문화예술교육활동에 학생들이 집중하는지 자기는 알 것 같다 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에서 같은 기관 내에 동시에 요일별로 미술, 연극, 음악교육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 유독 흡입력 있게 춤교육이 진행되는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장르는 연필이나 붓, 악기 또는 언어라는 여러 가지 도구를 사이에 두고 예술과 만나는데 춤은 온전하게 자기 몸으로 표현하고 몰입할 수 있는 동작을 통해 교육대상자들에게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흥미롭게 다가가는 것 같단다. 그래서 습득도 더 빠른 것 같다고도 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재료가 아니라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몸을 예술의 도구로 삼는 것, 구경하는 예술이 아니라 나의 신체 그 자체의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예술이 춤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춤 표현과 아무데서나 움직일 수 있는 춤의 언어를 잊고 있는 것뿐이다. 나는 향토사교육에서 설화를 몸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고 학생들은 그것을 경험하고,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온몸 활동으로 실행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성장하면서 우리가 학교와 사회생활 속에서 잊고 있는 나의 몸을 춤을 통한 표현법과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면 많은 문제들을 예방하고 좋은 교육효과도 거둘 것이라 믿는다.

감성교육무용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