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 바우처 교사 양성과정' 수강생들이 함수경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해 4월 오후, 조그만 사무실에서 만난 교육 대상자들은 나이가 많았다. 대부분 50대 이상이었다. 이때 진행한 프로그램은 '치매 예방 바우처 교사 양성과정'.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수강생들은 치매 예방 교육을 위한 교사로 현장에 투입된다. 부산의 실버벨노인복지관 고령자인재은행이 주관한 자리였다.

나이 많은 수강생들의 눈은 총기로 반짝였고 수업에 대한 열정도 높았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춤과 움직임의 효과를 전해주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교사'들을 양성하는 방식은 무척 효과가 높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가 된 분들이 일선으로 나가 많은 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좌 초기, 수강생들이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현장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요가나 스트레칭 기법을 배울 것이란 기대를 하고 왔는데, 정작 수업 내용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인들을 위한 신체 움직임 교육을 가면 "전에 왔던 선생님들은 마사지를 해주고 가더라" "시원하게 한 번 주물러 주면 안 되느냐" 같은 요청을 자주 받았다.

나 또한 요가와 스트레칭에 대한 자격증이 있어 못 해드릴 건 없다. 그러나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노인들이 많이 쓰는 신체 부위는 한정돼 있다. 그러니 그 부위에 부담이 많이 간다. 그 부분을 누가 마사지하고 주물러주면 그것에 더 의지해버리는 경향이 생긴다. 마냥 마사지 안마에 기댈 수 없으므로, 어깨가 아프다고 안 움직이고 그래서 그 부위 운동량은 더 줄어 근육이 약해지고 팔과 팔꿈치까지 확장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신체 구석구석을 즐겁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잊고 있던 근육과 신경에 대한 자극을 움직임을 통해 되찾게 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뇌를 자극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있다. 노인들 스스로 지속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루하고 힘들게만 여긴다면 효과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각과 감정을 동반 해야 한다. 신체의 움직임에 생각과 감정이 동반된 것, 이것이 바로 춤이다. 이것은 치매 예방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년의 활력을 충전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내가 '치매 예방 바우처 교사 양성과정'에서 강조한 것도 이런 내용이다. 주체적인 정서활동과 신체 움직임을 결합한 춤의 장점을 강조했다. 강좌 내내 서로 어울려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애썼다.

강좌 초기에 "각자 자기 이름을 몸으로 적어 달라"고 했더니 대부분 손가락으로 대충대충 허공에 휘드른다. 연수과정을 마칠 때쯤 다시 한 번 같은 부탁을 했다. 환한 미소에 큰 호흡으로 자세를 바로 잡고 몸 구석구석을 가다듬고 오랜 시간 지녀온 자신의 이름을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깊이 있게 몸으로 한 자 한 자 천천히 혹은 빠르게 적어 나갔다. 그 움직임 속에서 삶의 굴곡진 변화와 힘, 세월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몸의 예술이었다. 마음으로 추는 춤이었다.

감성교육무용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