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장시인 이윤길 씨 3번째 시집

'나는 물고기(吾漁)'라고 외치는 현직 선장 시인이 있다. 올해로 35년째 배를 타고 있는 꽁치잡이 원양어선 선장 이윤길(53·사진) 시인. 그는 18일 출간한 세 번째 시집 '파도공화국'(신생·8000원)의 자서에서 "나는 물고기다. 하여, 내 詩는 물고기의 아가미이자 바늘이고 지느러미다. (…) -오어선장"이라고 썼다.

이 시인은 끊임없이 바다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원양어선 생활의 긴장을 달래기 위해 2005년부터 늦깎이로 해양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창작은 태풍 같은 악천후로 조업을 포기하고 피항할 때 주로 이루어진다. 짧은 창작 기간에도 해양 관련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그는 제11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시), 제13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소설), 제4회 해양문학상(소설), 제13회 여수해양문학상(소설), 2012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소설)을 받았다.

이 시인은 바다를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배 위에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생활하는 선원들의 고독과 위험 속 내면을 천착한다. 고독을 거친 끝에 자유를 얻고 죽음 앞에서 바다와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는 역설의 미학이 돋보인다.

'나는 흔들린다/바다 중심 선장 침실에서/태풍이 다가오며 배를 흔들듯이/많은 걱정과 근심으로 흔들린다/파도가 뱃전 넘어와 뒤틀리고 넘쳤다/흐린 수면 등 아래 나의 마음에서/스텐리 힐 묘비처럼 고요한 곳에서/나는 하염없이 흔들리고 흔들리며/마리에나 해구처럼 깊어져 갔다/바다가 나에게 몸을 허락한 후/나는 바람과 안개와 파도가 되었다 (…) 가끔씩 보고 싶은 사람 향기가 그리웠다/그리고 고독의 가지에서 미끄러진다/멈출 수도 없는 흔들리는 선실에서'.('선실에서' 부분)

'너희가 바다의 사랑법을 아느냐고/포수가 찌르라면 찌르라고/한 치 양보 없는 저 맹렬한 돌진/사랑 찾아 바다를 떠돈 지 삼십년 만에/詩퍼런 사랑이 무엇인지/수컷 밍크고래에게서 배운다'.('밍크고래 사랑' 부분)

이 시인은 어느덧 바다가 아닌 뭍의 생활이 낯설어졌다. 그래서 '다시, 출항'이라는 시처럼 '친구 같은 바다, 내 삶의 무한 축복인 바다'로 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