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화계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다음 달 16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칸영화제 초청작이 속속 발표됐는데 한국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무려 5편이다. 축하할 일이다. 와중에 이명세 감독 해고 관련 뉴스는 자취를 감췄다. 어쩌랴, 이명세 감독 해고는 참담하지만, 칸영화제 초청은 경사인 것을.

올해 칸영화제 초청작의 면면이 화려하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이 자자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화제작을 잇달아 내놓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경쟁 부문에 올랐고, 지난해 가장 도발적인 영화로 주목을 받은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감독 주간에, 신수원 감독의 '서클라인'은 비평가 주간에 각각 초청됐다. 여기에 중국 영화로 분류됐지만,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중국의 장백지, 장쯔이와 우리나라의 장동건이 출연해 관심을 끌고 있는 '위험한 관계'(감독 주간)까지 모두 5편이다. 큰 상도 받고 성과가 좋길 바란다. 

칸영화제 소식으로 시작은 했지만, 주관적인 기대 이외에는 별 근거도 없어 보이는 수상 전망이나 하는 변죽에 끼어들 생각은 아니다. 칸에 견줄 바도 아니고 글 앞머리와는 좀 비켜난 듯하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여러 영화제를 일별하려고 한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영화제 시즌도 막이 올랐다. 지난주 서울국제여성영화제(4월 19~26일)가 막을 내리자 전주국제영화제(4월 26일~5월 4일)가 개막했고, 5월에는 서울환경영화제(5월 9~15일)와 서울인권영화제(5월 25~28일)가 열린다. 비슷한 시기 부산에서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5월 10~14일)가 열리고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7월 20~24일)가 뒤를 잇는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19~29일)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 9~15일),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8월 23~29일)가 여름 더위를 씻어줄 참이다. 그리고 성큼 가을이 오면 부산국제영화제(10월 4~13일)가 절정의 영화 축제로 정점을 찍으면 서울독립영화제(미정)가 송년행사 마냥 한 해를 마무리한다.

칸, 베를린, 베니스를 세계 3대 영화제라 부른다면 부산, 전주, 부천은 우리나라 3대 영화제로 통칭할 수 있겠다. 부산이 백화점이라면 전주와 부천은 전문상가에 비유할 수 있다. 부산은 아시아 영화가 주력 상품이지만 유럽, 미주는 물론 전 세계 영화를 망라하면서 특정 장르나 주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반면 전주는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대안·디지털 영화에 천착하는 영화제를 표방하며 출범했고, 부천은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공포·판타지 중심의 장르영화제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여성, 환경, 인권, 청소년을 전면에 내걸고 영화로 세상과 호흡하고 연대하는 영화제가 있고, 음악과 절경의 호수가 어우러지는 음악영화제도 있다. 미약하지만 장애인, 이주노동자, 다문화, 동성애 등 다양한 세상의 풍경과 목소리를 담은 작은 영화제와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초단편영화제처럼 형식의 실험에 도전하는 영화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올망졸망한 영화제 풍년이다. 부산국제영화제만 기다리지 말고 화창한 봄날, 찬연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주에도 영화를 보러 가보자. 여름이 오면 부천에 가서 공포와 판타지 영화로 무더위를 씻고 오는 나들이도 엄두를 내보자. 영화제, 다다익선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