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의 소중한 삶 순간순간을 보여주는 사진이란 것은 참으로 신기한 존재라서 잠깐 찰나의 순간을 잡아낸 것만으로도 그때의 분위기와 당시 일어났던 일들, 또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일임에도 한 장의 사진을 보며 마치 내가 그 상황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끔은 사진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웃음, 또는 눈물을 짜내기도 한다. 2년 전 내가 몇 장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때였다.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추위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보았던 뉴스에서 그 사건을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난다. 영문을 알 수 없이 처참히 부서진 채로 가라앉아버린 배, 손 쓸 틈도 없이 먼바다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해군 장병들. 그 당시 우리나라를 슬픔과 애도로 물들여버렸던 그 일은 바로 얼마 전 2주기를 맞았던 천안함 피폭 사건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에서 들려오는 그 안타까운 얘기에 어머니는 항상 두 손을 모아쥔 채 걱정의 말씀을 하셨지만, 당시 생각도 어리고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그건 그냥 '큰 사건' 정도의 존재밖에 되지 못했다.

그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한동안 소란스러웠던 미디어 매체들이 가라앉은 다음 여느 때처럼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 서핑을 하던 내 눈에 들어온 몇 장의 사진이 있었다. 천안함 사건 희생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그리고 장례식장의 하얀 국화꽃 사이에서 영정사진을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유가족들 사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으신 이분들도 모두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 남편이자 아버지였을 거라고. 그제야 그 모든 것들이 생생한 현실로 느껴지면서 눈물이 나왔다. 소중한 사람들과 자신의 인생도 있었을 텐데도 우리나라를 위해 그 모든 것을 바치고 순국하신 그분들의 마음이 너무나 절실히도 느껴졌다. 하얀 군복을 당당히 갖춰 입고 굳건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들 속에서 풍기는 왠지 모를 슬픔과 함께 나라를 사랑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이 내 눈물샘을, 그리고 가슴을 자극한 것이다.

그리고 그해 현충일, 가족들과 함께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참배하는 동안에도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검게 반짝이는 돌 위에 하얀 이름들이 빼곡히 쓰인 참전비를 보며 그때 목숨을 잃으신 수없이 많은 분도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신 위대한 분들이라는 걸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말의 의미를 머리가 아닌 가슴을 통해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껏 우리나라를 겉으로만 아끼는척했던 나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또한 깨달았다. 말로만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면 뭐하는가, 진정 우리나라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우리가 순국선열처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비록 생각뿐이더라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또 애국자를 기리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오늘 현충일을 맞아 다시 한 번 내 생각을 일깨워준 몇 장의 사진을, 천안함 피폭 사건에 희생된 용사들을, 또 지금까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오신 위대하고 숭고한 영혼들을 기리며 두 손 모아 묵념하는 바이다. 내가 보았던 사진들은 글의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지만 그 상황 속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 '지금의 나, 또 지금의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해준 아름다운 애국심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었던 것이다.

대연중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