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을 먼저 헤아린 김수로
- 힘과 지혜의 균형·조화 주몽
- 부여를 망친 해부루·금와 등
- 삼국유사 속 지도자 모습서
- 소통과 눈높이 리더십 탐색
-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 /고운기 지음 /현암사 /1만5000원

'불통(不通)'. 현 정권의 지난 4년여 치세를 한 말로 정리하라면 아마 많은 이들이 이 단어를 꼽을 것이다. 최근 비공개로 처리하려다 들통 나 공분을 샀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어디 그 뿐인가. 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던 4대 강 사업이 그렇고, 우리 사회의 인권 시계를 독재시절로 되돌렸던 민간인 사찰 또한 그러하다. 현 정권의 독선과 불통이 낳은 무리수들을 언급하자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불통은 정체와 부패를 낳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구속된 데 이어 이 대통령의 친형이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게 그 실례다. 소통하지 않으니 흐르지 못해 썩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경남 함안보로 물 흐름이 막히는 바람에 극심한 녹조 현상이 발생해 취수에 비상이 걸린 창원시 본포취수장 부근 낙동강에서도 이런 이치를 목격할 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어떤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우리 국민은 어떤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원할까.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의 저자 고운기 한양대(문화컨텐츠학과) 교수는 자신의 제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눈높이 리더십'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눈높이 리더십은 소통 리더십의 다른 말이다. 저자는 소통 리더십의 모범적 사례를 가야의 시조, 김수로에게서 발견했다. 저자는 '임시로 궁을 만들어 들어가 살았는데, 질박하고 검소하게 살기를 좋아해 띠 이엉의 끝을 자르지 않았고, 흙으로 쌓은 계단이 석 자밖에 되지 않았다'는 삼국유사 기이편 가락국기조의 기사를 인용하며 "백성과의 눈높이를 맞추려는(소통하려는) 수로의 자세가 엿보인다"고 평했다. 저자는 또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을 피해 궁궐터를 정한 뒤 농한기를 이용해 공사를 했다고 한 삼국유사의 기사를 김수로왕 눈높이 리더십의 또다른 예로 들었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과 신화적 상상력이 혼융된 삼국유사에서 본받아야 할 바람직한 리더십 7가지와 삼가야 할 반면교사의 리더십 2가지를 찾아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고구려 시조, 주몽의 '물지게 리더십'은 저자의 제자들이 눈높이 리더십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은 지도자의 덕목이다. 저자는 주몽을 물지게꾼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물지게를 효과적으로 지기 위해선 어깨 양쪽에 걸린 물통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균형감이 필요한데, 주몽은 40세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도 '힘'과 '지혜'가 균형적으로 조화를 이룬 리더십을 발휘해 고구려의 기초를 닦았다는 것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리더십으로 저자는 부여왕국의 계승자인 해부루와 금와를 들면서 그 리더십의 유형을 '삽질'이라고 명명했다. 부여는 당대 어느 나라와 비견할 수 없을 만큼 큰 나라였는데, 해부루는 부여의 중심에 서 있던 북부여를 변방으로 몰아냄으로써 국운이 쇠퇴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그를 이어 왕위에 오른 금와는 "주몽은 영민한 인물이니 미리 제거하자"는 아들들의 말을 듣지 않아 후일 고구려에 멸망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흑백분쟁을 종식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넬슨 만델라를 언급하며 "불굴의 영혼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라고 했다.

숨겨진 능력까지 끌어내는 영감(창조적 자극)을 주는 지도자를 말한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필생의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시리즈의 네 번째 성과물이다. 앞서 삼국유사의 역사적 유통을 추적한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일연의 글쓰기 감각을 연구한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 인문기행서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