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음악평론가 강헌의 대중음악 산책 <64> 들국화, 마침내 돌아오다

다시 '행진'하는 그들의 모습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10 20:23:53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재결성한 '들국화'.
1980년대의 정오에 네 명의 더벅머리 청년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연대기를 쓰기 시작했다. 주류의 경기장에서 조용필이 분전하는 동안, 냄새나는 지하 연습실과 파고다 극장 같은 열악한 소극장에서 칼을 벼려온 이 비주류의 전사들은 한국판 '언더그라운드'라는 질풍노도의 깃발을 막 올린다.

방송국의 PD들이 장악하고 있던 살생부의 권위를 무시한 채 이들은 끝없는 소극장 콘서트와 바로 이 앨범만을 달랑 지니고 복마전의 지뢰밭을 정면돌파한다. 그리하여 들국화는 같은 해 절치부심의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 김현식과 함께 이 게릴라 전투의 쌍벽을 이루는 선봉장으로 떠오른다. 삼저 호황이라는 경제적 여유 위에서 도전적인 새로움을 갈급하고 있던 십대와 이십대 전반의 수용자들은 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고, 1975년 이후 기나긴 매너리즘의 터널 속에 움츠리고 있던 이 땅의 대중음악은 마침내 잠에서 깨어났다.

이는 1970년대 전반 김민기와 신중현의 출현 이후 십 년만에 맞은 한국 대중음악의 소중한 승리였다. '동아기획' 군단으로 명명된 이들이 등장함으로써 주류와 비주류는 견제와 균형의 이인삼각 경주를 펼치게 되었고, 비록 소극장 규모에 한정되긴 했지만 라이브 콘서트의 집중적인 생명력이 존중받는 기틀이 다져졌다. 또한 '아티스트'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명서인 싱어송라이터의 가치가 재평가되었으며 송골매 정도를 제외하면 고작 나이트클럽 무대를 전전하면서 기약 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던 밴드 문화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그것만이 내 세상'을 외치며 '행진'하고자 했던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단 두 장의 정규 앨범으로 허망하게 막을 내린다. 그리고 이십오 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건반 주자 허성욱은 불귀의 객이 되었고 무대 위의 사자 전인권은 연이은 마약 스캔들로 황폐하게 무너졌으며, '그것만이 내 세상'과 '매일 그대와'의 작곡자이기도 한 최성원은 90년대 패닉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지만 대부분 시간을 은둔으로 보냈다.

전인권과 최성원, 그리고 드러머 주찬권은 2001년 그들을 위한 트리뷰트 앨범이 제작되었을 때 들국화의 이름으로 재결성의 조짐을 보였지만 실현되지는 못했고, 이제 모두 이순을 앞둔 나이에 이르러서야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들은 대구를 시작으로 재결성 공연을 개시했으며 조만간 새로운 앨범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저 어제의 영광을 반추하자고 사반세기 만에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들은 신중현과 엽전들 이후 한국 최강의 밴드였으며 1980년대 중반 이후 수많은 음악 청년들의 표상이 되었던 존재들이다. 이들의 재결성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꽃피우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는 이 땅의 젊은 밴드들에게 노병의 웅혼한 기백을 음악으로 보여주어야 할 의무를 안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한국 대중음악사상 가장 충일한 음악 정신의 시대였던 1980년대의 가치를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나직이 읊어주어야 한다.

시대는 변했고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이 외로이 보여주고 있듯이 음악적 공감에는 국경과 생물학적 연령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것을 뛰어넘는 것, 그 것이야말로 예술가들의 숙명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百 부산본점 창립 30년…대대적 ‘고객 감사제’
  2. 2“챗GPT야,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그런데 이거 문제 없을까?
  3. 3명지? 용호동? 올림픽공원? 금융자사고 부지 선정 초읽기
  4. 4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 3년 만의 귀환(종합)
  5. 5“잿더미 된 집, 새로 지으려니 빚더미 앉아…송이 채취는 보상 대상 안 돼 농가 직격탄”(종합)
  6. 6지인에 수차례 흉기 휘둘렀는데…실형 면한 50대
  7. 7“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 하버시티 동구를 넘어 글로벌 해양도시 부산의 미래 청사진이 될 수 있기를
  8. 8故장제원 여권 조문행렬…정진석 “尹, 가슴 아프다 말해”(종합)
  9. 9하수 걸러 공업용수화…해수담수시설 활용안 찾았다
  10. 10피비린내 뒤로하고 영도행…지난한 세월 ‘폭싹 속았수다’
  1. 1故장제원 여권 조문행렬…정진석 “尹, 가슴 아프다 말해”(종합)
  2. 2거제시장 재선거, 민주 변광용 당선 확정
  3. 3[속보] 尹대통령 탄핵 찬성 57%·반대 35%
  4. 4[속보] 국방부 "尹 복귀해 2차 계엄 요구해도 수용 안할 것"
  5. 5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 국가보상…특별법 4년 만에 통과(종합)
  6. 6“尹탄핵 헌재결정 승복해야”…불복·극단분열 우려에 각계 촉구(종합)
  7. 7부산교육감 재선거, 김석준 ‘득표율 51.13%’ 당선… “부산 시민의 위대한 승리”
  8. 8더불어민주당 37%·국민의힘 33%… 이재명 33%·김문수 9%
  9. 9여 “尹 복귀 합당” 야 “파면이 상식”…동상이몽 속 승복 압박(종합)
  10. 10탄핵 선고 이후…‘개헌 논의’ 힘 받을까
  1. 1롯데百 부산본점 창립 30년…대대적 ‘고객 감사제’
  2. 2꽁꽁 얼어붙은 부산 채용시장…제조업 54% “올해 안 뽑을 것”
  3. 31인당 가계대출 평균 9553만 원
  4. 4진퇴양난 금감원장…사퇴반려 두고 정치권서 논란(종합)
  5. 5제24회 부산과학기술상, 과학상 신화경·공학상 강현욱·과학교사상 박송이
  6. 6“쉽고 재밌는 수업으로 아이들과 과학의 바다 풍덩”
  7. 7“25년 신경과학 매진…뇌질환 치료에 보탬되고파”
  8. 8美 '한국 25% 상호관세' 끝내 강행…'리더십 부재' 정부 긴급회의(종합)
  9. 9“비만·고령화 레이저 치료 연구로 인정받아 영광”
  10. 10대중국 디커플링 美 해운정책 기회…글로벌 톱50 물류기업, 韓 2곳 불과
  1. 1명지? 용호동? 올림픽공원? 금융자사고 부지 선정 초읽기
  2. 2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 3년 만의 귀환(종합)
  3. 3“잿더미 된 집, 새로 지으려니 빚더미 앉아…송이 채취는 보상 대상 안 돼 농가 직격탄”(종합)
  4. 4지인에 수차례 흉기 휘둘렀는데…실형 면한 50대
  5. 5“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 하버시티 동구를 넘어 글로벌 해양도시 부산의 미래 청사진이 될 수 있기를
  6. 6하수 걸러 공업용수화…해수담수시설 활용안 찾았다
  7. 7피비린내 뒤로하고 영도행…지난한 세월 ‘폭싹 속았수다’
  8. 8잠정 최종 투표율 22.8%…역대급 무관심 부산교육감선거(종합)
  9. 9[속보]대법, 공직선거법 위반 홍남표 창원시장 당선무효 확정
  10. 10[속보] 민주노총 "尹 탄핵 기각시 7일부터 총파업…결사투쟁"
  1. 1롯데 ‘어뢰 배트’ 주문…국내 상륙 초읽기
  2. 2‘타격천재’ 이정후, 3경기 연속 2루타
  3. 3승격 노리는 아이파크…외국인 선수가 선봉
  4. 4롯데 유강남 단순 타박상, 큰 부상 아냐
  5. 53부팀의 반란…빌레펠트, 레버쿠젠 잡았다
  6. 6167㎞ 총알 2루타…이정후 4경기 연속 출루
  7. 7양키스 1경기 9홈런…‘어뢰 배트’ 화제
  8. 8“승엽아 인자 니배끼 없다, 롯데 방망이에 불 좀 붙이도”
  9. 9레이예스 마저 2년차 징크스?
  10. 10'몬스터 월' 집어삼킨 윤동희…기지개 켠 롯데 타선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동삼동패총에서 나온 신석기시대 옹관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영화, 독특한 맛의 변주…요리사 출신 감독의 기묘한 기행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리뷰 [전체보기]
신인이 이끈 시립극단 정기공연 ‘박수 갈채’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통영국제음악제 문 연 임윤찬, 산불피해 아픔 달랜 감동 선율
시민의견 직접 듣는 부산시 ‘문화경청’…문화예술정책 ‘일방통행’ 비판 잠재울까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봉준호의 영감은 어디서 나올까 外
미디어 아티스트 홍석진의 예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따라 썼을 뿐인데…디지털시대, 필사가 주는 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간 미루기 대장이었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선-In the shadow of Fear, Toward the Light
이희원-sprout움트다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청명한 이 아침에 /이상훈
청바지 /윤현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트렁크’ 서현진 정윤하
배우 문소리의 전천후 행보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검은 수녀들’ 송혜교
‘하얼빈’ 현빈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수상한 그녀’ 흥행 10년…K-드라마로 다시 안방 흔들까
일반인 출연자 잇단 스캔들, 검증 문제 도마 위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제(師弟)에서 도반(道伴)으로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다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승부’ 개봉 첫 주말 1위…‘로비’는 예매율 1위
예매율 1위 이병헌 주연 ‘승부’…2위는 하정우의 ‘로비’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2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1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보사노바 가득한 애니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김태춘이 만든 다목적 문화공간 ‘국제악기’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3일(음력 3월 6일)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2일(음력 3월 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4년 10월 8일
오늘의 BIFF- 2024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진달래꽃을 통한의 핏물로 묘사한 조선 중기 권호문
조선시대 17세기 문인 윤선거가 봄날을 읊은 시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