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보살입상

- 일본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 한·일외교 흐름 되짚는 유물 많아
- 조선·명·일본 전쟁무기 비교전시
- 금동보살입상 등 국보 2점도 소장

사람은 자신이 살았던 흔적을 남긴다. 박물관의 소장 유물을 천천히 살펴보면 선조의 생활상이 눈에 들어온다.

부산 박물관은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한국전쟁기까지 시대순으로 구성해 부산의 역사를 볼 수 있게 하는 종합 박물관이지만, 일본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대일관계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특성에 초점을 맞춰 한·일 관계실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유물 구매에 있어서도 임진왜란이나 통신사, 왜관사 등 한일 관계사 자료를 우선 구매대상으로 한다.

■대일관계 중심지 부산

임진왜란으로 단절된 국교가 회복되자 조선은 부산에만 왜관을 설치하고 일본에 개방하면서 부산은 대일관계에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했다. 부산 박물관 야외에는 이러한 왜관의 잔재가 남아있다.

시 지정 기념물 제17호 약조제찰비는 왜관 설치 후 밀무역 등 여러 가지 폐단이 일어나자 통신사로 일본에 갔던 윤지완이 왜관의 무역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대마도주와 다섯 가지 금제조항을 체결하고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왜관 출입구에 세운 것이다. 경계 밖으로 나온 자는 사형으로 다스릴 것, 노부세(路浮稅)를 주고받은 것이 발각되면 준 자와 받은 자를 모두 사형으로 다스릴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 비가 세워진 다음 해 왜인이 인삼을 밀무역하다 잡혀 금제조항에 따라 사형을 당하기도 했다.

동래부사 이택수 선정비는 하급 역관이던 소통사들이 세운 비석이다. 이 비석에는 왜관을 화관으로 표현하는데 이 용어를 사용한 예는 조선왕조실록에서 1695년(숙종 21년)과 1809년(순조 9년) 2건만 확인됐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료에 드물다. 왜관이나 부산관 등으로 불리던 초량왜관을 일본 측 용어인 화관으로 기록한 점에서 소통사들의 대일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임진왜란과 부산

	약조제찰비

부산은 임진왜란 시기에 일본군의 최초 진입지이자 장기간 주둔지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그만큼 일본에 항전한 인물들이 많다. 동래부사 송상현은 1591년 동래부사로 부임해 전쟁이 일어나자 "싸워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부산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이러한 송상현의 충절을 추모하는 동래남문비가 전시되어있다.

비는 훼손되어 상부에 약간의 글만 남아있다. 비문에는 선조 25년(1592) 4월 13일 임진왜란이 일어나 다음날 싸움에서 부산진첨사 정발이 용감히 싸우다 전사한 일, 병사 이각의 비겁한 도망, 동래부사 송상현의 의연한 죽음과 왜병들과의 처절한 싸움내용, 동래부 군·관·민의 순국 충절을 기록하고 비를 세우기까지의 경위를 밝히고 있다.

또, 임진왜란은 전쟁에 참가한 조선과 명, 일본의 무기를 비교하는 계기가 됐다. 조선은 북방 여진족의 기병전술에 대항하는 장병 전술에 치중한 결과 근접전에 뛰어난 왜군을 상대로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무기류는 궁시 위주의 무기체계에서 벗어나 조총을 중심으로 창검과 궁시가 보조하는 전술로 전환됐다. 부산박물관에서 조선시대에 사용됐던 중완구, 별황자 총통 등 화포와 각종 궁시 관련 무기를 볼 수 있다.

■주요 소장품

	영태이년명반석제사리

부산박물관은 국보 2점과 보물 1점을 소장하고 있다. 국보 제200호인 금동보살입상은 정면을 향해 가슴을 펴고 단아한 자세로 서 있다. 지리산 주변에서 발견됐다고 전해지며 통일신라 시대의 관음보살상으로 추정된다. 벗은 몸 위에 긴 천의를 걸치고 상의를 입은 옷차림도 간결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양감 있는 몸매와 전체적인 균형미로 미루어 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통일 신라시대의 뛰어난 공예기법을 보여준다.

국보 233호 영태이년명납석제사리호는 경남 산청군 지리산 폐사지에 있던 석조비로자나불 대좌 중대석에서 출토됐다. 표면에 음각된 명문에는 766년으로 정확한 제작 연도가 기록되어 있다. 몸체에는 3조의 가는 선을 돌렸으며 각 행마다 8~11자로 구성된 15행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일부 명문은 이두문으로 새겨 불교미술 뿐만 아니라 어문학 등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보물 1점은 동래부사, 해주목사, 병조참지, 의주부윤, 황해도관찰사, 충청도관찰사 등을 역임한 반곡 이덕성의 초상 및 관련유물(제1501호)이다. 정형화된 공신도상 보다 자연스러운 형식으로 변모하던 18세기 초엽의 정교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 복천박물관 수장고

- 미지의 왕국 가야, 그 신비를 풀어낼 값진 사료들
- 1969년 택지개발공사 중 발굴된 금관가야시대 유물 1만여 점 전시
- 국내산 판갑, 임나일본부설 반박
- 당시 신앙과 관련된 토기도 가득

가야는 한국 고대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600여 년 동안 삼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주변국과 활발히 교류한 가야사는 한국사인 동시에 국제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헌 사료가 빈약해 가야의 성립과 전개, 문화를 규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유적·유물과 같은 물적 증거와 그 상관관계를 통해 가야사를 파악해야 한다.

복천박물관은 금관가야의 유적 중 하나인 부산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사적 273호)에서 발굴된 각종 유물을 전시한다. 복천동 고분군은 1969년 복천동 구릉에 조성돼 있던 무허가 판자촌에 택지개발 공사를 진행하던 중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이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토기, 갑옷, 투구 등 철제무기와 금동관, 목걸이 등 1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복천박물관은 이 유물들을 전시하고 발굴 당시 무덤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야외 전시관을 마련해 미지의 왕국으로 남아 있는 가야의 신비를 풀 자료를 제공한다.

■판갑과 임나일본부설

	판갑

일본은 1949년에 왜가 서기 369년에 임나가라를 정벌하여 임나일본부를 중심으로 약 200여 년간 한반도 남부를 경영하다가 562년에 신라에게 빼았겼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다.

복천동 고분군에서 나온 판갑이 이에 대한 반박 자료가 될 수 있다. 복천동에서는 22점의 판갑이 발굴됐다. 찰갑 8점, 투구 27점, 경갑(목가리개) 8점을 합하면 복천동 고분군에서 발굴한 갑주는 65점에 이른다. 판갑은 쇳덩이를 달구고 쇠판을 얇게 두드려 펴서 만든 갑옷을 말한다. 철판을 두께 1㎜정도로 얇게 펴서 이를 재단하고 인체의 굴곡에 맞춰 못으로 연결한 형태다. 철판을 새 모양으로 장식하거나 동물 털로 어깨 부위를 장식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 판갑이 4세기대에 가야인이 제작한 순수 국내산이라는 점이다. 복천동 고분군에서 판갑이 발굴되기 전에는 일본에서 수입된 것 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는 임나일본부설의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했다. 일본의 판갑이 대부분 5세기대인데 비해 복천동의 판갑은 4세기대로 밝혀져 임나일본부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도리어 가야의 판갑이 일본으로 수출된 것으로 여겨져 우수한 철기 문화를 가졌던 가야를 왜가 복속시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간접적 반박 근거가 됐다.

■이형(異形) 토기와 내세관

	오리 모양 토기

갑옷과 함께 가야를 대표하는 유물은 토기다. 이형 토기는 죽은 사람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장송의례나 신앙행위와 관련된 유물로 신라와 가야 지역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일반 용기를 변형시킨 기형용기와 사물의 형상을 표현한 상형토기로 나누어 지는데 특히 오리 모양 토기가 두드러지게 발견된다.

오리 모양 토기가 유행한 이유로 지형과 기후의 영향을 들 수 있다. 가야에 속했던 낙동강 유역은 오리를 비롯한 겨울 철새의 천국이다. 뭍과 물, 하늘을 자유롭게 오가는 오리는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존재, 영혼의 중재자로 여겨졌다. 당시 사람들은 새가 죽은 자의 영혼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날라다 준다고 생각해 오리 모양 토기를 많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