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 2층 개별인터뷰 룸에서 일본 인기 배우 카세 료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내가 전문 배우라는 사실
- 감독은 캐스팅 후 알게돼
- 도시의 보편적 인물 연기
- 홍상수 '유약한 남성' 공감

중년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39세의 나이와 3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한 묵직한 경력에도 여전히 여리고 순수한 소년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배우.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사랑에 빠진 것처럼'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일본 배우 카세 료를 5일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은퇴한 노교수 다카시가 데이트 클럽에서 일하는 젊은 여인 아키코를 만나면서 변하는 감정의 흐름을 짚어낸 영화. 카세 료는 이 영화에서 여자친구 아키코에게 집착하는 노리아키 역을 맡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란의 거장 감독이 일본 현지에서 일본의 배우, 스태프와 함께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카세 료는 이에 대해 "외국 감독이 일본을 표현했기 때문에 위화감이 들 수도 있으나 오히려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영화에서는 모든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 인물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말 대단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카세 료는 오디션 과정에서 일어난 비화도 밝혔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전문 배우를 쓰지 않고 일반인 배우를 기용해 사실성을 최대한 살리는 감독이다. 감독은 이번에도 카세 료를 오디션에서 선발한 후에야 그가 전문 배우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카세 료는 "감독은 '연기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계산이 서 있는 연기를 싫어하고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하지만 영상에 대한 타협은 없어서 앵글, 배우의 위치나 동선 등은 엄밀하게 정해 놓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으로 봉준호, 홍상수 감독을 꼽았다. "홍상수 감독이 표현하는 유약한 남성에게 공감이 간다. 봉준호 감독은 만난 적이 있는데, 작품은 물론 그의 인간적 매력에도 빠졌다"고 했다. 좋아하는 한국 배우를 묻자 주저없이 "송강호"라고 답했다. "송강호는 진지함과 코믹함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영화 '밀양'처럼 무거운 영화에서도 그만의 유머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그가 송강호를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