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열일곱 살 섬 도적떼 굴레 피해
서둘러 가마 타고 강골(江谷)로 시집갔네
지나간 그 많은 세월 돌아보면 꿈결이라
광목 바지저고리 빌린 갓 쓰고 오신
스물넷 서방님과 모진 일월 견뎠구려
누부야 부를 때마다 어머니를 봅니다
-시조집 '까치집'에서
▶최해진=2008년 '부산시조' 신인상 등단. 전 동의대 상경대학 학장. 시집 '까치집' 등.
일본군 강제위안부를 피해서 서둘러 시집가야 했던 아픈 역사를 살아내신 큰 누님은 어느새 팔순을 넘기셨다. 신랑의 살림살이도 광목 바지저고리에 갓은 빌려 쓰고 초례청에 들었다니 얼마나 어려운 시대였는지 짐작하겠다. 강가 초가 마을에서 모진 일월을 견뎌온 누님은 이제 돌아가신 어머니의 팔순 때를 고스란히 닮아있다. 말씨며 웃는 모습, 주름살이나 걸음걸이까지 어머니 모습 그대로 다가와서 오랜만에 누님을 뵙게 되니 어머니를 뵙는 듯 짠한 마음이 전해온다. 김소해·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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