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22대 국왕 정조(재위 1776-1800)가 재위 말년(1796-1800)에 예조판서와 우의정으로 있던 노론 벽파(僻派)의 거두 심환지(沈煥之.1730-1802)에게 보낸 비밀 편지 297통을 모은 '정조어찰첩'이 경매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사 K옥션은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 297통과 피봉(봉투)을 6권으로 장첩한 '정조어찰첩'이 오는 27일 오후 5시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서 열리는 경매에 출품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에 출품된 어찰첩은 2009년 처음 공개될 당시 정조 말년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정국 동향을 파악하는 데 획기적인 가치를 지닌 사료로 평가되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어찰첩은 날짜 순서대로 구성된다. 정조가 친필로 써서 보낸 이 편지들은 1796년 8월20일부터 정조가 붕어하기 직전인 1800년 6월15일까지 약 4년에 걸쳐 쓰였다.

정조의 친필 편지가 눈길을 관심을 모은 것은 무엇보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의 기존 조선왕실 관련 기록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정조의 노회한 정국 운영술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그런 까닭에 정조는 어찰이 공개될 때 일어날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편지에서 수시로 '보안'을 강조하며 보고 난 즉시 태워 버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조의 '비밀편지'는 지속적으로 폐기하라는 명령에도 피봉과 함께 첩으로 남아 내려왔다.

K옥션 측은 "'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공식적 사료에서는 맥락을 알기어려운 사건들과 정사가 담지 못한 당대 정치의 이면과 정조의 속내,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귀중한 사료"라고 설명했다.

'정조어찰첩'은 이번 경매에 추정가 12억-20억원에 출품됐다.

이 외에도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으로 2010년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열린 리히텐슈타인 전시에 출품된 'Paintings: Tomato and Abstraction'(경매 추정가 35억-50억원) 등 작품 134점이 출품된다.

출품작은 오는 16일부터 26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