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검(變瞼)은 중국에서 천극을 공연할 때 배우가 얼굴에 있는 검보(瞼譜)를 분위기에 따라 바꾸는 연출기법이다. 1초에도 서너 번씩 바뀌는 얼굴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빅뱅으로, 지드래곤으로, 프로듀서로, 패션리더로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꾸는 권지용처럼.

지드래곤은 참 바쁘다. 지난해 80만 관객을 동원한 빅뱅의 월드투어의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홀로 월드투어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를 개최한다. 아직까지 발매시기가 비밀에 부쳐진 솔로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직접 곡도 쓰고 프로듀싱까지 한다.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로 만능이다. 다재다능한 끼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능하다. 겸손하지만 열정이 넘치고 아이디어가 그렇게 튀지 않으면서도 혁신적이다”, 세계적 안무가 겸 공연 연출가 트래비스 페인이 바라본 지드래곤이다.

지드래곤은 빅뱅의 리더지만 혼자 나섰을 땐 팀의 색깔과 확연히 다르다.

2009년 ‘하트 브레이커’(Heartbreaker) 때도 그랬지만 지난해 ‘원 오브 어 카인드’를 통해 그 차이가 좀 더 명확히 했다. 두 번째 앨범까지 3년이 걸렸지만 이번엔 6개월 만에 새 앨범이 거론되고 있다. 더 짙어진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비춰진다.

지드래곤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88체육관 제2체육관에서 월드투어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자신의 새 앨범과 월드투어 그리고 빅뱅과 자신의 음악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듣고 봐주시는 분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겠죠. 제가 풀어야 할 숙제기도 한데 이번 공연을 보신 뒤에 차이점을 느끼시지 않을까 해요. 저도 그땐 뭐가 다른 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한 사람이 만든 음악이라도 5명이 뭉칠 땐 5명을 위한, 혼자하게 되면 어렸을 때부터 쭉 하고 싶었던 음악 성향이 더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 빅뱅과 별개로 지드래곤이라는 브랜드를 좀 더 확실하게 알리고자 하는 욕심과 각오가 느껴진다.

솔로앨범도 마찬가지다. 지드래곤은 월드투어와 앨범을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모양새다. 30,31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개최하는 서울공연에서 신곡 ‘미치GO’를 공개하기로 했고 “70%정도 완성됐다”는 새 앨범은 월드투어를 하면서 채워간다는 생각이다.

“지난해부터 작업해왔던 앨범이라 시간이 더 지나면 시기에 안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보완해 가면서 하다 보니 길어지는 것 같아요. 이번 투어를 통해 제 자신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 같고 앨범도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드래곤과 공연 스태프들은 본 공연을 위해 서울 등촌동 KBS 88체육관에 무대 조명, 중계, 영상 제작, 세션 등 전 분야에 걸쳐 실제 공연과 똑같이 세팅하고 연습중이다. 2주 전부터 공연장을 통째로 대관해 준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월드투어 연출진도 화려하다. 미국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에서 총 4번의 ‘최고 안무상’을 수상했고 마이클 잭슨 월드투어 ‘디스 이즈 잇(THIS IS IT)’에서 안무가 겸 연출가로 활약한 트래피스 페인과 당시 조연출을 맡은 스테이시 워커가 그 핵심이다.

지드래곤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본인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표현해낼 생각이다.

“사실 19금 콘서트로 하자는 의견도 냈었어요. 선정적인 걸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가 하고 있는 음악들을 표현할 길이 더 많았으면 하는 욕심에서죠. 그러다 연출진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니 또 표현할 방법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19금 콘서트로 좀 더 짜릿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지드래곤은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지만 아이돌의 범주 안에 가둬두기엔 그의 역할이나 가치관이, 그 덩치가 커져버렸다. 이번 월드투어와 새 앨범이 그 틀을 깨고 나올 중요한 기점이라는 것을 지드래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아직도 어리지만 4년 전 첫 솔로 단독콘서트를 할 땐 더 어렸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무르익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죠. 그땐 정말 많이 아이돌이라서 귀엽고 재미있는 모습이었어요. 지금 좋은 연출진들과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것에 더해서 지금은 아티스트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은 욕심이에요”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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