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콘서트'가 성우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개그맨과 성우의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박서영 성우는 지난 6일 개그콘서트 시청자 게시판에 5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이하 '쾌걸 조로리')을 언급하며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연기해 오신 캐릭터를 개그맨에게 빼앗긴 선배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돈, 흥행 다 떠나서 성우라는 직업 자체가 무시당한 것 같아 속상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한차례 '쾌걸 조로리' 극장판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었다. '쾌걸 조로리'는 투니버스에서 2006년부터 방영을 시작한 일본 원작 애니메이션으로 성우 김정은이 주인공 '조로리'를 연기했다. 그런데 지난해 방영한 3기까지 몇 년 째 주인공 '조로리' 역할을 맡았던 성우 김정은이 극장판에서 주인공 자리를 내준 것. 김정은 성우가 빠진 자리엔 개그맨 정태호가 들어왔고 김정은 성우는 비중이 적은 '조력자'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한 네티즌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개그맨을 비롯해 아이돌, 배우들이 더빙을 하긴 했지만 기존 주연 성우가 없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한국에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에서 연기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주인공 성우를 내치고 연예인이 주인공자릴 뺏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서영 성우는 "(김정은 선배님이) 시사회 티켓이나 나오면 볼까 하셨는데 이미 남녀 주인공 개그맨들만 참석한 시사회를 했다는 소식에 한 번 더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그맨들과 녹음 중에 있었던 씁쓸한 경험도 공개했다.

박서영 성우는 "('쾌걸 조로리' 연기 중) 나름대로 소리를 만들어 갔는데 첫 대사하자마자 피디님이 '지금 너무 성우 같으니 좀 더 풀어서 일반인처럼 해 달라'고 했다"며 "알고보니 주인공인 개그맨들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요구한 거였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왜 개그맨 연기에 맞춰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동일 대사를 몇 번이나 반복한 것은 물론 이도저도 아닌 연기를 마쳤다.

박서영 성우는 "극장판 녹음 몇 번 안 해봤지만 내가 참여한 작품인데 못 보겠는 작품은 처음"이라며 "도저히 내 연기를 들을 수 없을 거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연예인 더빙 비용이 "내가 받은 더빙료의 약 100배는 될 것"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어 박서영 성우는 "그림, 스토리, 연기가 어우러진 좋은 작품은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인데 성우이기 전에 문화 소비자로서 그런 맥이 끊긴 거 같아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노골적으로 '개콘'의 비하 발언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박서영 성우는 "입 길이가 안 맞는다는 건 결국 번역가, 피디, 성우, 엔지니어의 노력을 모두 무시한 것"이라며 성우가 더빙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한 편의 더빙은 시작부터 끝까지 번역가, 피디, 성우, 엔지니어 모두가 심혈을 기울인 합작품이다.

박서영 성우는 입길이를 맞추면서 감정을 담는 게 어렵다는 것을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개그맨들에게 "그냥 줄줄 읽으며 입 길이만 간신히 맞추느라 몰랐나? 그나마도 엔지니어가 *고생해서 맞췄겠지만"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박서영 성우는 "내가 먹고 살 직업 자체가 무시를 당하는데 '앞으로 언제까지 이걸 참아가며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요즘 같은 때에 성우 되려고 하는 성우 지망생들 보면 안타깝다."라고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우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건 아직은 철저히 '을'이라 그런 것 같다"라고 말하며 글을 마무리 지었다.

개그맨 박영진은 지난 2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현대레알사전' 코너에서 외화 더빙을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표현해 구설수에 올랐다. 방송 후 '개그콘서트' 시청자 게시판에는 박영진의 개그가 성우 비하 발언이 아니냐는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KBS 성우 구자형과 MBC 성우 정재헌은 사과 요청과 함께 반박글을 올렸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위 기사의 모든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노컷뉴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