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의자 2013- 러브 컨셉츄얼리'

- 쉽지않은 감정·파격 노출 연기 주목

올해 2월 19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철수 감독의 유작인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에서 마지막 뮤즈가 된 진혜경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박철수 추모전'에 참석하기 위해 10일 부산을 찾았다. 그는 지난 3일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진혜경은 "영화제 참가 결정이 나고 감독님만 떠올리면 눈물이 났다. 감독님이 보내주신 문자 메시지가 휴대전화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감독님의 유작을 관객에게 잘 이야기해서 이 작품을 귀하게 남겨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레드카펫에서는 추모의 마음으로 꽃을 들었다"고 BIFF 참석 소감과 박 감독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박 감독은 1980, 90년대 '들개' '에미' '안개기둥' '접시꽃 당신' '물 위를 걷는 여자' '301 302' '학생부군신위' '산부인과'에 이어 2000년대 '봉자' '녹색의자' '베드' 등을 연출하며 주로 여성의 심리와 신체에 대한 탁월한 심미안을 보여주었다. '영원한 영화청년'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최근에도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베드'를 연출하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는데, 안타깝게도 개봉을 앞둔 '러브 컨셉츄얼리'가 유작이 됐다.

'러브 컨셉츄얼리'는 남편과 별거하며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문희와 그녀의 제자이자 10년간 짝사랑해 온 학생 주원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늦깎이 신인 진혜경과 어린 신인 김도성이 박 감독의 '마지막 배우'가 됐다. "캐스팅 디렉터에게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박 감독님을 만나서 단박에 출연을 결정했다. 코끝에 안경을 걸치고 열정이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하시는 것에 믿음이 갔다"고 캐스팅 당시를 추억했다.

영화 속에서 문희는 남편과 별거, 섹스 파트너 애인, 교수와의 불륜, 제자와 사랑 등 파격적인 연애를 펼친다. 하지만 러브 신은 야하다는 느낌보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이 그 부분을 조심하셨다. 전작들이 '야한 영화'로 회자돼 마음고생을 했다. 그래서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다'며 행위보다 느낌, 인물의 대화를 통해서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연기한 김도성이 어리고 신인이라 러브 신 촬영 때 너무 얼어 있어서 리드해야 했다"며 "나도 러브 신은 처음이라 어색했는데, 지난겨울 추운 날씨 속에서 촬영을 해서 고생을 했다"고 에피소드도 전했다.

항상 여자 배우 캐스팅을 신중히 했던 박 감독의 마지막 뮤즈로서 쉽지 않은 감정과 노출 연기를 펼친 진혜경. 인터뷰를 하는 내내 추억에 젖어있던 그는 자리를 마치며 "감독님이 옆에서 다음 영화를 이야기할 것 같다. 그립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