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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순원, 정태규, 정인, 정혜경 |
소설은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 속의 이야기를 통해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또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독자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소설 작법에서 자주 말하는 개연성의 문제도 여기에 포함된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 가운데 '열대야', '행거', '안녕, 시애틀', '공룡과 공룡새' 네 편을 추린 다음 예심위원과 본심위원이 함께 참가한 가운데 각 작품에 대한 토의에 들어갔다.
'열대야'는 빠르게 읽히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 이야기의 얼개가 치밀하지 못하다. 남녀의 만남이 상투적이고 특히나 여자가 자살 방식으로 아쿠아리움에서 상어에 물려 죽는 것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거기에 비해 '행거'는 작품 초반 조립행거의 나사 하나가 빠짐으로써 일어나는 일이 밀도 높은 문장으로 잘 묘사되었다. 그러나 이런 밀도와 긴장이 후반에 가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대체되면서 흐트러져버렸다.
'공룡과 공룡새'는 문장이 다소 거친 느낌이나 그 나름으로 힘이 있고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살아 움직인다. 몇 년 전 서울 용산재개발 정리 과정을 부산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인데, 우리 사회의 공룡과 거기에 기생하는 공룡새 집단의 모습을 표면뿐 아니라 그것의 이면까지도 깊게 천착해 들어갔다. 군데군데 인물의 목소리보다 작가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된 듯한 부분이 있으나 힘 있고 건조한 문장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올린다. 부디 정진하기 바란다.
본심 심사위원 이순원 정태규 소설가
예심 심사위원 정인 정혜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