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시장 누가 되느냐에 따라
- 이사장직 중도퇴진 가능성"
- 유력 인사들 회피 '구인난'
부산문화재단이 독립성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했던 민간 이사장제가 인물난에 발목을 잡혀 출범도 못한 채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간다. 오는 6월 부산시장 선거와 맞물려 '6개월짜리 이사장'이라는 소문으로 대변되는 정치 바람에 부산의 문화 수장 자리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부산문화재단은 오는 28일께(잠정) 이사회를 열어 정관 변경을 논의한다고 21일 밝혔다. 정관 변경의 핵심은 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민간인이 맡도록 한 조항을 부산시장 또는 민간인이 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가지고 재단 업무를 총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개정한 정관을 불과 3개월 만에 뒤집는 것이다. 지난해 개정된 정관은 민간인이 대표권을 가진 이사장을 맡고 실제 업무는 상임이사가 총괄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지난해 3월 허남식 시장이 천명한 '함께해서 행복한 문화도시' 실행 계획에 따라 부산문화재단에 독립성을 부여하고자 민간 이사장제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였다.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제는 현 남송우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7일 출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가 주도한 새로운 민간 이사장 모시기는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전직 언론인과 경제인, 관료 출신 등을 상대로 의사를 타진했으나 이사장 직에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오는 6월 새로 선출될 시장과의 친소 관계 등을 고려해 유력 인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 이사장 선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새로운 체제 출범이 다가오면서 부산문화재단은 공중에 뜰 위기에 처했다. 시장이 민간 이사장을 선임해야 민간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상임이사를 뽑을 수 있는데 이런 후속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장 공백 사태를 앞두고 결국 시는 과거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장이 이사장을 맡을 수 있게 정관을 고치고 상임이사 대신 대표이사를 공모를 통해 선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사장의 대표권을 대표이사에 부여해 권한과 책임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문화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인물난과 시의 치밀하지 못한 행정, 정치적 계산을 하는 인사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시는 미흡했던 제도를 보완하고자 정관 개정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부산문화재단을 이끌 상임이사의 위상이 낮아 대표이사에게 대표권을 부여했다. 이사장은 적임자가 있으면 민간인에게 맡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