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역 인력풀 좁은 데다
- 6월 선거 의식… 적임자 없어
- "현 시장이 시행하기엔 무리"
- 애초부터 사태 예견되기도
- 내달 현 대표 임기 끝나는데
- 시 "제도 보완작업일 뿐" 해명
부산문화재단은 부산의 문화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핵심기관이다. 이 때문에 부산문화재단의 독립성 확보는 부산 문화계의 숙제다. 이런 취지로 다음 달 7일 출범할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제도가 시작도 못하고 좌초돼 예전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문화재단까지 정치 바람 타나
민간 이사장제는 지난해 3월 허남식 부산시장이 '함께해서 행복한 문화도시' 실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는 이사장을 민간에 넘겨 독립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위상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후속 조치로 지난해 10월 정관을 개정하고 시의 주도로 민간 이사장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시는 학계와 경제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인사를 대상으로 검증 작업을 벌였다. 일부 인사에게는 의사를 타진했고 허 시장에게 보고도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우선 부산의 좁은 인력풀이 문제였다. 문화에 해박하고 행정적인 감각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밝은 인사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이사장은 부산문화재단의 대표권을 가지지만 실제로는 비상근과 무보수로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다. 반면 지역문화진흥기금 조성에 나서야 하고 대표로서 져야 할 짐도 많아 권한보다 책임이 컸다.
오는 6월 지방선거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 취임한 시장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자신이 구상한 문화 정책을 펼친다는 명목으로 이사장을 교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정치와 무관해야 할 문화 영역까지 정치 바람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리한 정책, 아니면 정책 보완?
지난해 허 시장이 민간 이사장제를 발표했을 때부터 일부에서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독립성을 살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과연 임기를 1년 남겨 놓은 시장이 이뤄낼 수 있느냐는 시각이 강했다. 결국, 이사장을 선정하지 못해 시장이 다시 이사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정관을 개정한다고 해도 파행 운영은 불가피하다. 오는 28일(잠정) 이사회에서 정관을 바꾸면 공모를 통해 대표이사를 뽑아야 한다. 문제는 현 남송우 대표의 임기가 다음 달 6일로 끝나 시간상 새로운 대표이사가 곧바로 이어받기가 어렵다.
다음 달 7일부터 부산문화재단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남 대표가 임시로 직무대행을 할지, 시가 대행을 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여기에 대표이사 적임자를 빨리 찾지 못하면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정작 시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이사장과 상임이사 체제로 간다면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상임이사의 대외적인 위상이 떨어져 대표이사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정된 정관은 이사장과 대표이사의 위상이 상당히 달라져 혼란을 줄 여지가 있다.
지금은 시가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 할 때다. 이사장이든, 대표이사든 최적의 인사를 찾아 수장 공백 사태를 막아야 한다. 한 문화계 인사는 "새로운 수장이 차기 시장의 뜻에 따라 교체되는 정치적 바람을 무조건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