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우(사진) 현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제3대 대표이사로 연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민간 이사장제가 시의 부실 행정과 정치 바람에 휘말려 좌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본지 지난 22일 자 1,3면 보도)

부산문화재단은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이 가진 재단의 대표권을 대표이사에게 이관하고, 대표이사에게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또 이사장은 이사회 의장 역할로 한정하고 민간인을 이사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긴급 안건으로 남 대표의 연임을 상정해 이사회의 의결을 거쳤다. 다음 달 7일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남 대표의 임기는 3년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정관 개정으로 부산문화재단은 이사장 중심 체제에서 대표이사 중심 체제로 전환하게 됐으며 관 주도의 문화 행정이 민간으로 이양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체제는 애초 시가 천명했던 민간 이사장제를 실시하려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임시방편으로 실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남 대표의 임기도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민간 이사장제를 추진하려다 역풍을 맞고 지난해 10월에 고쳤던 정관을 다시 개정하는 촌극을 연출한 셈이다.

특히 '아름다운 퇴진'을 계획했던 남 대표의 꿈은 무산됐다. 남 대표는 대표이사 임기를 마친 뒤 부경대로 돌아가 제자들을 만날 날을 기다렸지만, 다시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하게 됐다. 이를 위해 학교 측과 별도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표는 "부산문화재단을 위해 남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업무 공백을 방지하고 연속성을 살릴 수 있는 적임자가 남 대표이기 때문에 연임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