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제3회 도시락 콘서트 공연 장면. 록마니아 제공

- "한끼 단가 겨우 2069원"
- 수익금 전액 보육원 등 기부

록 음악의 이미지는 저항과 자유의 갈망이다. 록 음악 하면 긴 머리를 휘날리며 현실을 비판하는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모습의 이면에는 인본주의적 시선이 숨어 있다. '인간을 사랑하라'는 메시지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록 음악의 화두이며, 존재 의미라 할 수 있다.

부산에서 이러한 록 음악의 본질에 충실한 공연이 개최된다. 바로 '도시락(樂) 콘서트.' 오는 22일 오후 7시 서면 오즈홀에서 열린다. 다른 공연과는 조금 다르다. 출연진 전원을 무료로 섭외했다. 아니, 오히려 몇 명은 돈을 내고 무대에 선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공연이 보육원 어린이의 식비 보조를 위한 '기부'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 수익금의 일부만 지원하는 형식이 아니다. 수익금 전액을 부산진구 매실보육원과 아동복지센터에 기부한다.

도시락 콘서트는 2005년 부산대 앞에서 처음 시작됐다. 록 음악을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부산대 인근에 많았기 때문이다. 2006년 제2회 도시락 콘서트까지 부산대 앞 록 클럽 '인터플레이'에서 치러졌다.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고 주최 측은 금정구청에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도시락 콘서트는 지난해 전격적으로 부활했다.

그 이유는 보육원 어린이 급식비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공연 기획사 '록 마니아'의 김성남 대표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 보육원 어린이의 급식비 단가는 2069원인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한 저소득 어린이의 급식비 단가는 3500원이다. 물론 3500원도 부족하지만, 적용 법에 따라 급식비가 차이 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보육원 어린이의 턱없이 적은 급식비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도시락 콘서트를 다시 기획했다"고 말했다. 공연장에 입장하는 관객에게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기부영수증을 발행한다.

도시락 콘서트의 뒤에는 부산 인디 록음악계의 숨은 지지가 있다. 후원자 명단에는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부터 리얼라이즈, 도파민트, 시나몬, 무몽크, 인터플레이 등 부산 시내 내로라하는 클럽의 이름이 눈에 띈다. 부산분만병원협회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래로병원, 미래산부인과, 순여성병원 등에서 후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래산부인과 이재준 원장은 '리겔밴드'로 도시락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지난 도시락 콘서트에서는 록 밴드만 출연했으나 이번에는 'JD WAACKERS' '내츄럴 본 팝' '투타즈' 같은 댄스팀과 힙합 듀오인 'G.L'이 함께 무대에 선다. 부산대 스쿨밴드인 '우든키드', 유명 직장인 밴드 '히든히어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희나리 밴드'도 참가해 그 의미를 더한다.

도시락 콘서트는 앞으로 매년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미래로병원 방성필 원장의 도움이 컸다. 내년에는 지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런 행사를 이어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균일 1만 원(학생 5000원). 010-9325-2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