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지난해 진행된 이준익 감독의 '소원' 세트 촬영 현장.

- 부산 올로케이션 땐 사용료 할인
- 야외·세트 촬영, 숙소 지원 인기
- 수도권보다 저렴한 가격 장점

'신세계' '용의자' '친구2' '소원'….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지난해 관객 200만 명 이상 동원한 흥행작이다. 또 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를 거친 영화들이다. '용의자'에서 두 주인공이 마지막 격투를 벌였던 경찰서 장면, '친구2'에 등장한 병원 추격 장면 등이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탄생했다.

부산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가 운영하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가 올해 들어 더 바빠졌다.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영화들이 앞다퉈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이 없어요"

	지난해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곽경택 감독의 '친구2' 세트를 제작하는 모습. 부산영상위 제공

지난 7일 부산영화촬영A스튜디오에서 이해준 감독의 '나의 독재자(설경구 박해일 주연)' 세트 촬영이 진행됐다. 거대한 세트 사이로 스태프와 배우들이 왔다 갔다 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바로 옆 B스튜디오는 김홍선 감독의 '기술자들(김우빈 이현우 주연)' 촬영을 위한 세트 제작이 한창이었다. 수영만요트경기장 한편에 서 있는 건물 외부는 조용했지만, 실내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지난해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는 8편. '용의자' '친구2' '소원' 등은 지난해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윤종빈 감독의 '군도:민란의 시대(하정우 강동원 주연)',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황정민 김윤진 주연)', 심성보 감독의 '해무(봉준호 제작·김윤석 박유천 주연)' 등 올해 최고 기대작들도 다녀갔다. '군도:민란의 시대'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처음 찍은 사극 영화라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올해 스케줄은 더 빡빡하다. 촬영을 희망하는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A스튜디오는 '나의 독재자' 촬영이 끝나면 '두사부 비긴즈' 세트 촬영이 이어진다. 이후 유명 배우가 감독을 맡은 영화 등 3편이 스튜디오를 쓰겠다고 나섰다. B스튜디오 역시 '기술자들' 이후 예약한 영화가 3편이나 된다. 영상위 김윤재 스튜디오운영팀장은 "6~7월 스튜디오를 쓰겠다는 영화팀이 몰려 경쟁이 붙었다. 영상위로선 행복한 고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외 촬영-세트 촬영-숙소 지원 '패키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2001년 문을 열었다. 당시 광안대교 촬영으로 떠들썩했던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스튜디오 촬영을 제안하면서 A스튜디오(825㎡)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04년 B스튜디오(1650㎡)를 추가하고 영화와 드라마 세트 촬영을 유치했다.

본격적으로 충무로 영화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부산을 로케이션 장소로 택한 영화들이 야외 촬영차 머물면서 세트 촬영까지 병행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영상위의 지원이 한몫했다. 부산 올로케이션(촬영 70% 이상) 영화는 스튜디오 사용료를 할인해주는 등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했다. 지난해부터 영화 제작진 전용숙소 지원까지 더해져 '야외 촬영-세트 촬영-숙소 지원'을 패키지로 이용하려는 영화팀이 늘면서 스튜디오 쟁탈전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김 팀장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도심의 한적한 공간'이란 장점 덕에 영화인이 선호한다. 드라마 촬영이 몰려 대기해야 하는 수도권 스튜디오와 달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상위의 '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 '부산영화투자조합1호' 등 사업에 참여한 영화는 부산에서 일정 부분 촬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상위 관계자는 "앞으로 스튜디오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부산시에 스튜디오 추가 건립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