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전달받지 못한 메시지들이 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은 이렇게 글을 써낼 수 있으나, 내가 전달받지 못한 말과 그들의 염원은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이 한강의 소설집 '소년이 온다'란 제목으로 내게 걸어왔다.

최근 세월호 사건 이후 SNS나 동영상으로 죽음 바로 직전까지 우리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이미 죽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뉴스를 통해 전해 받았다. 그들의 고통과 염원은 이미 들어 줄 수 없는 것이 되었기에, 듣는 순간 하염없는 슬픔에 빠졌다.

얼마 전 제사를 지내기 위해 본가로 내려갔을 때 해녀인 어머니는 세월호 사건을 접하자마자 충격에 휩싸였고, 당신이 경험했던 바다의 차가움과 숨막힘을 공포로 받아들일 아이들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기 이전인 1970년 12월 베테랑 해녀조차도 탈출하지 못한 채 차가운 물 속의 주검이 되었다던 남영호 침몰 사건 이야기를 해주셨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바다가 아닌 육지의 주검들, '피와 고름'으로 짓이겨진 목숨들(이는 소설에 나오는, 아니 학살이 자행된 당대 광주의 삶을 말하기에 가장 비루한 상징적 표현이지 끔찍한 표현이라 할 수 없다)에게서 아직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무수한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사실에 주목해 쓴 장편소설이자, 영혼을 불러들여 이야기를 듣는 일종의 초혼록(招魂錄)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우리의 역사가 끔찍한 피와 고름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려는 애틋한 노력이었다고 단순하게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독해한다면 실패만을 거듭한 듯 보이는 무수한 시민의 봉기(蜂起)가 권력의 시선에서 억압될 수밖에 없다고만 말하는 일종의 소요(騷擾)로 뒤바뀌게 된 시점의 차이, 그 왜곡된 역사적 재현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없다.

가족부터 사회까지 공동체는 서로의 삶을 나누어 갖는 자들의 모임이다. 이 배분은 물질뿐만 아니라 기억의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이미 죽은 자와 미래에 태어날 이들에게까지 공유된 윤리적 '책무'도 함의하고 있다. 우리에게 그런 것을 이미 긍정해왔던 오랜 역사적 공동체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다면, 광주의 시민이 이미 죽을 것을 알면서도 함께 공포의 밤을 지새웠던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소설의 내용과 역사적 사실은 고통받는 타자들을 새롭게 비춰내기 위한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무력한 우리를 위해 전달된 '사랑'의 메시지이다. 이 소설은 비록 권력에 의해 자행된 무시무시한 공포로 채워져 있지만, 이러한 공포에도 기꺼이 대항하며 삶을 위계적으로 나눠 가지지 않았던 서로 간의 사랑에 관한, 그러한 사랑의 윤리적 책무를 기꺼이 긍정해 온 삶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문학평론가


▶강희철=부산작가회의 사무국장. '지하생활자들' 공동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