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성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때부터 만들어진다 할 수 있다.

인성이란 어디서 오나? 일생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많은 일이 생각의 자료가 되며 우리의 사고나 논리, 인식과 이해, 감정과 감성, 감각과 수용 등 정신작용을 통해 재해석·재인식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화하고 습관화하며 한 사람의 안목이 만들어진다. 또 생각 감정 인생관 가치관 인간관 등 종합적인 가치관이 만들어진다. 세상 사람이 대체로 그렇게 이해하듯 그냥 총괄해서 우리 속에 있는 많은 정신작용을 생각이라고 해두자.

새로운 경험이나 인식은 생각(이성과 감정, 감각 등)을 변화시킨다. 이렇게 바뀐 생각은 다시 경험과 인식을 주관적으로 선택해 수용하고 또 자기 성향대로 재해석하면서 자기만의 경험을 만들어 서서히 인성과 인격이 구조화한다.

긍정적인지, 적극적인지, 감성적인지, 내면적 원인을 찾는지 등에 따라 저마다 특징으로 마음을 만든다. 똑같은 일을 겪는다 해도 같은 경험이란 없다. 들에 핀 야생화도 관찰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고 다른 대상으로 인식한다. 예술가에게는 아름다움이겠지만, 벌에겐 그냥 '밥'일 따름이다. 상인에겐 '돈'으로 보일 수 있고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냥 '풀꽃'이다.

경험과 인성은 닭과 달걀처럼 서로 물고 물려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한다. 이 과정에 또 다른 환경이나 사람, 경험이 개입하면서 변수는 무한정이 된다. 그러나 사실 인성이란 변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인식할 만큼 그렇게 급격하고 큰 변화는 많지 않다. 또한, 큰 변화에는 큰 계기(고통이나 수용하기 힘든 어떤 경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급격한 변화보다는 시작부터 좋은 출발이 바람직하고 또 일생을 통한 점진적인 변화가 덜 힘든 것이다.

우리 경험의 처음은 대부분 부모다. 부모라는 원천적 변수는 영향력이 너무 넓고 절대적이다. 경험의 시작이 어디서부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출생 이전, 그러니까 태교부터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다. 태아 적에 어머니 배 바깥쪽 소리나 빛에 대해 반응하고 있으며, 또 부모의 감정적인 경험(행복감, 우울, 놀람, 두려움 등)에 의한 경험을 과학으로 파악하는 추세다.

이와 달리 불교에서는 태아 이전 즉, 입태(入胎) 이전의 전생부터 익혀온 어떤 습관과 경험(수행, 복 짓기)부터라 한다. 그러니까 개인 인성의 시작은 좋은 인연(좋은 영혼)을 모셔 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인성을 전생부터 만들어진 어떤 특징이라고 해 버린다면 좋은 성격을 향한 도전이 요원한 일이 된다. 사실 수행자가 되어 자기의 성격을 바꾸고자 노력해 본 사람은 다 알 일이지만 우리의 성격 그 사소한 하나를 바꾸기도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고 거기에는 쉽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된다. 이래서야 누가 성품을 만들어 가겠는가?

그러니까 자기의 인성에 대한 인식과 자각이 생기고 거기에 개입하고자 하는 마음이 난 때부터 우리의 인성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이 정답이다. 어느 날 문득 내 인성에 대한 생각이 났고, 더 좋은 인성으로 더욱 나은 인생을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 인성을 더 알아보고자 하고 더욱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고 싶다면 바로 거기가 우리 인성의 혁명이 시작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앞서 간 사람과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을 찾아 방법을 구하고 함께해 보면 어떨까?

원불교 정관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