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가까이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장본인은 휴대전화 카메라였다. 우리는 미래 기록을 위해 행사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 아닐까.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오리라." (마태 24, 42. 44 참조)

누군가를 기다릴 때 그리고 만났을 때, "마주 보고 가위바위보를 할지언정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 애쓴다"는 마음씨 고운 청년의 고백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가오는 님을 기다리며 준비하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고, 그 사람과의 만남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진찍기를 좋아해서 성당 주일학교 학생들과 캠프를 갔을 때와 교우들과 일상의 만남 등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아 선물하던 친구 신부님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지 않길래 이유를 물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란다. '아뿔싸! 정확히 사진 찍는 거리만큼 사람들과 멀어져 있었구나!' '행사'를 기다렸는가 아니면 '그 사람'과의 만남을 기다렸는가? 이웃의 아픔을 향해 '깨어있는가?' 그리고 나의 마음은 채비를 갖추고 '준비'되었는가?

'기다림'. 이번 여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은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많은 분께 마음 설렘의 순간이었다. 천주교 신자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미사에 참여하고 큰 만남의 기쁨을 누렸다. 그런데 어린이들을 일일이 소중하게 안아주시던 교황님의 행보와 대비되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휴대전화 사진 찍는 '팔들의 만남'이다.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기다리던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반영한다.

하지만 '누구'를 기다렸던 것일까? 사진 찍는 체험? 아니면 그분인가! 평소 행사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지만, 현재의 기쁨이 오지도 않은 미래의 그 사진 때문에 밀려날 수 있다.

더 가까이서 교황님을 알현하는 영광을 누린 장본인은 휴대전화 카메라였다. 하느님 나라에서도 예수님과 만났을 때, 셀카부터 찍을까 봐 두렵다. 그때에는 미래에 보여줄 사람도 없으면서 말이다.

'깨어있음'.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청년에게 "깨어 있으라(Wake up)"고 하셨다. 이 깨어있음은 세상을 향한 깨어있음이다. 교황에 선출되셨을 때,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멀리 로마까지 축하하러 오지 말고 가난한 자에게 차비를 나누어 주라고 당부하셨다. 고통받는 이웃을 향한 관심이 곧 하느님 사랑의 실천임을 친히 보여주셨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마태오 15, 25)라고 외치던 사마리아 여인의 청원이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가라"는 이웃사랑의 실천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익명의 도시들 속에 사는 수많은 사람의 외침'에 깨어있어야 하고, '수많은 젊은이의 절규와 고통'에 깨어있어야 한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 절규에 우리가 응답합시다"라는 교황님의 당부는 이웃의 고통을 향해 '깨어있는지'를 묻고 있다.(아시아 청년대회 폐막식 미사, 강론)

'준비'.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교황님이 마지막에 반복하셨던 "준비되었나요?"(Are you ready?)는 교황님 메시지의 백미다. 아시아의 청년이여 "일어나라!"는 말씀과 함께 "정신 차려라! 이제 깨어날 준비가 되었니?"라는 말씀으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하는데 나의 믿음은 준비하는 중인가?(마태 25,1-13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분들께도 큰 기쁨과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복음의 말씀을 실천할 시간이다. "하느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서" 그분이 "베풀어 주신 그 자비로 이제 그들도 자비를"(로마서 11,31 참조) 입도록 복음을 전할 때이지,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