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영원하길 바랄 정도로 가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억만장자보다도 풍요로운 일이다. 때때로 떠올리고 싶은 순간들의 공통점은 고단한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진정한 가치를 가진 힘, 그것은 무엇일까.

평소 보수적이고 고루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지하철역에서 빼빼 마른 할머니가 계단을 올라갈 엄두가 안 난다는 표정으로 서 있다. 할머니 옆에는 무거운 짐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는 주저주저하다가 "짐을 옮겨 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할머니는 대답 없이 그저 짐만 쳐다본다. 할아버지는 머뭇거리다가 짐을 옮겨주겠다며 계단을 성큼 오른다. 할머니는 조용히 그 뒤를 따른다. 할아버지가 계단 끝자락에 짐을 내리고 돌아서려고 하자, 할머니는 "저기요, 고맙습니다!" 라고 하면서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그 순간, 할아버지는 가슴에 꽃이 핀 것처럼 행복했다며 그것이 사랑이라 여겨졌다고 한다.

삶의 기쁨과 행복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이 없으면 사는 게 얼마나 밋밋하겠어요? 사랑은 우릴 흥분시키고 즐겁게 해주죠. 사랑을 하면 삶은 모험의 연속이 되고, 만남은 순간순간 아찔한 경이가 된답니다. 물론 늘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전 사랑이 현대 생활의 가장 큰 불행, 즉 권태로부터 우릴 지켜준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의 물꼬를 여는 책이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이다.

정신과 의사 꾸뻬 씨는 사랑의 실험 대상이 되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기간을 체험하고 실연의 아픔을 겪으면서 다시금 사랑을 구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애인이 있어도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 가족 문제의 괴로움으로 결핍된 부분을 다른 여자에게서 충족하는 남자, 서로 애정이 식은 부부, 사랑하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의문을 품는 아내 등 사랑한 후에 고민하는 문제들을 그려낸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힘들게 하는 '사랑' 그것이 가진 '묘약'을 찾아 떠난 여행은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라오스를 거쳐 캄보디아에서 도아족을 만나 지혜를 배우고 사랑을 구한 꾸뻬 씨는 '사랑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정리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의 면모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은 온전하지 못한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온기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삶에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랑을 찾아야 한다.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처음으로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순간을 떠올려본다.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음성과 떨림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