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구는 살아가면서 변화하기 마련이다. 늙거나 병들면 정신이 약해지면서 자녀보다는 자기 존재의 보전과 안전이라는 기본 욕구에 집중하게 된다.

모든 생명은 자기 존재의 보전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자기보전이란 어떤 외부 상황의 변화에서도 자기 존재의 안전과 성장을 확보하여 살아감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현재의 육신 평안과 식욕, 수면욕 그리고 정서적 이성적 현실 파악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본능이라는 기제로 움직여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자기의 온 감각과 관심과 감정과 힘을 다하여 추구하고 있다. 자기 존재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한다는 것은 그 개체에 있어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육신과 관련된 욕망이나 종족, 문화를 향한 욕구는 발군의 의욕을 뿜으며 모든 직·간접적 경험을 자기 성장에 활용하게 된다.

이 중에도 식욕과 수면욕은 가장 기본적 욕구로 만약 이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다른 모든 욕구는 사라진다. 자기 보전과 안전이 담보 된 이후에야 종족의 번식과 유지를 위한 욕구가 일어나서 성욕과 더불어 육아, 교육 등의 욕구가 솟아나고 종족이 유지되며 사회가 발전되어 가는 것이다.

성욕은 이성에 대한 관심, 선별 등의 단계를 거쳐 자녀에 관한 애정, 육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 등 제반의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종족 번식의 욕구를 넘어서는 드디어 문화와 유희의 욕구를 따라 정신적인 유희로 옮겨가게 된다. 정신적인 욕구는 단순히 DNA를 통해 진화하는 것을 넘어 정신적인 활동을 통하여 폭발적인 집단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자기에게서 종족으로 다시 문화로 진화한 욕구는 이제 거꾸로 문화적 욕구가 가장 강력한 욕구가 되어 종족 번식의 욕구를 희생시킬 수 있고 종족 번식의 욕구는 개인의 욕구를 희생시키더라도 기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보다 상위의 욕구 체계가 개체의 욕구체계보다 광범위하고 깊은 영향력을 일으켜 내서 더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급 욕구는 건강한 개체를 담보로 하고 있으며 늙거나 병들어 정신이 약화되면 다시 자기 존재의 보전과 안전이라는 기본 욕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국가세계를 위하여 혼신의 힘을 기울이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가정의 일과 손자가 예전에 느끼지 못할 만큼 귀여워진다. 더 가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지던 부모도 기력이 쇠하면 자녀에 대하여 섭섭함이 많아지고 불평이 많으며 마지막에는 자녀조차 돌보지 않을 만큼 자기를 향한 욕구로 깊이 침잠해 간다.

부모가 만약 아들딸보다, 손자 손녀보다 당신의 몸을 우선시하고 당신의 건강에 빠져든다면 그때는 부모의 육신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심각하게 쇠약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때는 자녀의 도리를 따라 최선을 다하여 부모님의 몸과 기초적인 감정을 위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효도를 생활 속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불교는 이 세상을 욕계라 하였다. 이 욕심이 세상을 움직여간다는 말이다. 원불교 수도인으로서 교화인으로 살다 보면 사람들의 욕구와 밀접하게 부딪히며 늘 관찰하게 되고 그 속에서 사람 사람의 단계별 생활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어린 아이나 왕성한 생활력을 가진 사람이나, 모든 사람을 품에 안고 사는 장년층이나, 본인의 아픔에 몰입된 노인층이라도 각각 그에 맞는 이해와 사랑과 지원이 필요하고 충분한 이해와 교감과 헌신이 필요함을 실생활에서 이처럼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이 일을 잘 해 내는 사람을 일러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라 할 것이다.

원불교 정관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