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넬슨섬에 남겨진 발자국. 국제신문DB

"탐험은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을 밟는 곳을 밟는 것이 목적이다. 누구보다 앞서 그 땅에 발자국을 남긴 자가 월계관을 쓰는 것이다. 나는 그런 땅에 가고 싶다. (중략) 뱀이 나와도 곰이 나와도,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내 몸으로 밟고 싶다." (시라세 노부)

남극 대륙 탐험이라고 하면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영국인 스콧을 떠올리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100여 년 전 남극 대륙 깊숙한 곳에 아시아인 최초로 남극 땅을 밟은 탐험가가 있었다. 시라세 노부다.

시라세 노부가 남극점 근처까지 다다른 것은 1912년 1월 28일. 남위 80도 5분. 식량이 바닥나 남극점을 뒤로 한 채 썰매를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아문센과 같은 기간에 남극을 탐험한 아시아인이 시라세였다. 아문센이 남극점에 도달한 시기가 1911년 12월이었으니, 불과 한 달여 차이다.

남극을 열다는 아시아인 최초로 남극 땅을 밟은 탐험가, 시라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극지탐험 경험도 전무한 그가, 경험 많은 영국과 노르웨이 탐험대에 뒤지지 않은 성과를 이뤄낸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남극을 열다'는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라세를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다. 시라세의 일생을 오롯이 담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남극 탐험의 실상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가 그랬다. "산이 거기에 있으니 오른다"고. 그러면 시라세가 남극에 가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게다가 시라세의 남극 탐험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부 지원은 물론 기업체의 후원도 없었다. 하지만 시라세는 미래를 내다봤다. 100년 전 그가 보여준 통찰은 놀라울 따름이다. '해외 탐험을 계획할 정도의 국민이 아니라면 국가의 영원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으며, 극지 특히 남극 대륙에 영토를 선점할지 말지는 일본의 앞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직 미지의 세계인 남극은 과학 특히 기상학, 자기학, 지질학, 해양학, 생물학 등과 여러 미개척 학문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경제와 자원 면에서 또는 장래의 국가정책, 특히 국방의 관점에서 절대 필요한 지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