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계는 온종일 이 사안에 대해 분노와 개탄을 쏟아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12개 영화단체는 26일 '부산시는 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기구를 꾸리기로 했다. 제협 등은 이날 성명에서 "이 집행위원장 사퇴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이 위원장이 사퇴를 종용당한 것은 부산시의 보복 조치인 것이 분명해 보이며, 이는 단순히 이 위원장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BIFF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제협은 영화계 원로들과도 뜻을 함께해 이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부산의 영화계도 이번 사안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26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부산시의 BIFF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를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놓았다. 최용석 부산독립영화협회 부대표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인 BIFF가 외압에 휘둘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역 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와 부산영화평론가협회도 27일 이 사안을 놓고 의견을 나눈 뒤 시의 행태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또 서병수 부산시장 항의 방문과 1인 시위도 준비하고 있다. 김이석(동의대 영화학과 교수)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 회장은 "BIFF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자율성이 보장된 데 힘입었는데 이번 사태로 이 원칙이 훼손될 게 자명하다. 지역 영화단체들과 협력해 반대 여론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도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BIFF 독립성 수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