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 혼란 피하기 위해
- 영화의전당 대표직은 사임"

- "부산시, 사퇴권고 철회를"
- 분노한 영화계 성명 발표
- 외국 영화제도 우려 속 주시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부산시의 '사퇴 압력'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사진) 집행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26일 영화의전당 집무실에서 만난 이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서병수 부산시장과 만나 올해 영화제를 더 잘 이끌어보자고 얘기했는데 해가 바뀌어 시로부터 이 같은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 집행위원장은 "시의 지도점검은 매년 해온 일이다. 지난해 11월 서 시장이 '20회 BIFF는 더 잘해보라'고 말해 더 나은 비전을 그리며 BIFF 조직 혁신안을 준비해 왔다. 지도점검 결과를 토대로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통보도 하지 않고 갑자기 집행위원장 거취를 포함한 쇄신을 주문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 23일 이 집행위원장에게 거취 문제를 포함한 조직 혁신을 주문하고, 이튿날 BIFF 사무국에 지도점검 결과를 통보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주말 동안 지역 문화예술계 원로들과 만나 조언을 듣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결론은 '이렇게 물러나는 건 아니다'였다. 반면 그는 지난 23일 영화의전당 대표이사 직무대행직에 대해서는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BIFF 사무국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지 무책임하게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영화의전당은 직원들이 혼란스러울까 봐 대표 자리를 내려놨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두고 국내외 영화계는 우려를 넘어서 비난과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우뚝 선 BIFF에 재정 지원을 명목으로 부산시가 집행위원장 자리를 비롯한 조직 운영에 간섭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9년간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부산시의 원칙이 깨진 것은 물론이고,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한 BIFF의 자부심과 명성까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국내 영화계는 이날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를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우려의 시각 속에 이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행위원장은 "BIFF가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행사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조직이 비대해지다 보니 외부에서 조직이 폐쇄적이라고 본 것 같다. 잘못을 바로잡고 BIFF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제 역할이고, 저는 묵묵히 맡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BIFF 프로그래머, 사무국 직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27일께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