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작품을 그리고 싶어 하는 화가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부는 수줍어하며 대답한다. "사랑이지요. 사랑은 가난을 부유하게, 적은 것을 많게, 눈물도 달콤하게 만들지요. 사랑 없이는 아름다움도 없어요."

이번에는 가톨릭 신부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믿음이지요. 하느님을 믿는 간절한 믿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말에도 화가는 수긍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무엇이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침 지나가는 한 지친 병사를 보았고, 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무엇보다도 평화가 가장 아름답고 전쟁이 가장 추하지요"라고 말했다. 순간 화가는 사랑과 믿음과 평화를 한데 모으면 멋진 작품이 될 것 같았고, 그 방법을 생각하는 데 전념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찾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그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아이들의 눈 속에서 자기에 대한 믿음을 보게 된다. 또 아내의 눈에서는 자기에 대한 사랑을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과 믿음으로 세워진 가정에 비로소 평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뒤 화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품을 완성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정'이었다.

최고의 작품 소재가 바로 이 화가의 곁에 있었던 것처럼, 바로 우리 곁에도 이렇게 소중한 것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곁에 있는 그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하지 못한다. 다른 것들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 자기의 가치를 모르고 있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가정의 소중함'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문명의 이기들이 발전함에 따라 가족 간 접촉보다는 기계와의 접속이 더 편하고 가까운 소통의 현상이 되었다.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되다 보니 애착과 집착만 남게 되어 참된 신뢰와 사랑의 덕목들이 뒷전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또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의 포기라는 '3포'를 이야기하고 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개 가진 자는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기 어렵다. 가정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동안, 가정을 갖지 못한 이들은 가정에 대한 그리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우리는 자기가 가진 귀중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다. 오히려 불만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경우도 잦다.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정은 생활의 중심점이요, 역사의 기원이며 삶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승점이다. 가정은 우리의 전인격이 자라야 할 터전이다.

'땡큐(Thank you)의 스토리는 성공(Success)의 스토리'라는 말이 있다. 즉 항상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이다. 자주 함께 사는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표현이 필요하다. 배우자 간, 자식과 부모 사이에, 형제들 사이에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표현을 할 때 그 가족은 반드시 성공하는 가족이 될 것이다.

오륜대순교자성지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