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공 많아 사업 추진력 떨어져
- 市 "해운대 물색…운용의 묘 마련"

'부산아시아영화학교'가 정말 올해는 문을 열 수 있을까. 아시아영화학교 설립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최근 부산시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를 증축하기로 했던 아시아영화학교 건립 계획을 없던 일로 하고 새 부지를 찾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영화인의 교육 허브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출발했던 아시아영화학교가 2년간 제자리걸음 한 꼴이다.

■ 건립 사업 부지 찾아 '삼만리'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아시아영화학교 건립을 위한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증축안을 전면 중단하고, 지난달 공고한 아시아영화학교 위탁기관 선정 공모도 보류했다. 수영만요트경기장에 위치한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의 증축을 반대한 인근 아파트 주민의 민원으로 사업을 더는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영화학교의 시작은 장밋빛이었다. '영화도시 부산'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아시아 영화인을 한데 모을 상설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부산시, 부산영상위원회(영상위), 부산국제영화제(BIFF) 등이 힘을 모았다. BIFF의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부산영상위원회의 한-아세안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FLY) 등 아시아 영화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영화제작워크숍을 상설화해보자는 취지였다.

2013년 김세연 국회의원이 사업 취지에 동참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면서 아시아영화학교 사업비(영화발전기금 25억 원·시비 10억7000만 원) 35억7000만 원을 확보했다. 김 의원의 후원에 힘입어 금정구 금사공단 폐공장 부속 건물과 건설안전시험사업소 사택을 장소로 고려했지만, 해운대구에 몰려있는 영화 인프라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장소를 다시 고른 끝에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증축으로 결론을 냈다. 시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확정 짓고 부산시의회 승인(본지 지난해 12월 8일 자 19면 보도)도 받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주민 반발로 새 부지를 물색키로 방향을 틀었고, 장소를 찾는 데만 2년을 허비했다.

■ 사업 정체성 모호, 애물단지 전락

아시아영화학교 건립이 표류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업을 추진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정체성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애초 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낸 쪽은 BIFF였고,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며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예산이 확정된 이후 모든 권한은 시로 넘어갔다. 시가 BIFF,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상위 등 영화 관련 관계기관의 자문을 얻어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각자 이해관계가 달랐던 기관마다 이견을 보였고, 이후 시 담당자가 바뀌면서 사업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영화발전기금과 시비를 동시에 투입하는 탓에 걸림돌이 많았던 것도 사업의 추진력을 떨어지게 했다. 시는 아시아영화학교 사업에 영화발전기금 투입을 반대한 영화계의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영화 전문인력 양성'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시의회가 시비 10억여 원을 투입하는 데 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없다고 지적하자 다시 시민을 위한 영화 교육을 포함해 '영화인과 시민을 위한 영화 교육기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영진위의 '한국영화아카데미'나 영화의전당 '대중 영화강연' 등 기존의 영화 교육과 차별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아시아영화학교 개소 이후 이를 운영할 비용도 확보하지 못해 빈손으로 시작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아시아영화학교는 단순히 장소 선정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교육과 어떻게 차별화를 둘지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각국에 홍보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해운대 일대에 아시아영화학교 새 부지를 알아보고 있으며 민·관 전문가 조언을 들어 운용의 묘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국내외 전문 영화인 교육과 시민을 위한 영화·영상 교육을 전담할 상설 교육기관. 국·시비 35억7000만 원을 투입해 강의실 실습실 편집실 도서·영상자료실 등을 조성하며, 오는 9월 개교를 목표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