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도시 LA에 있는 할리우드의 명물인 스타의 거리. 유명 스타들의 손도장과 사인 등을 볼 수 있다.

- 돈 줄테니 와서 영화만 찍어달라
- 국가간 치열한 유치 경쟁 탓에
- 제작편수 반토막·일자리 급감
- 2년 뒤 개장 中 스튜디오도 공세

- 캘리포니아주 뒤늦게 돈 풀기
- 영화사에 세금 지급두고 논란
- 영화 도시 표방 부산도 참고해야

할리우드. 이 말을 들으면 가슴 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영화 도시 LA의 심장부가 할리우드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영화팬이 할리우드를 방문한다. 이들은 언덕 위에 세워놓은 할리우드 간판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뿐만 아니라 유명 스타들이 사는 집을 구경하기 위해 투어 차량에 몸을 싣고 입장료가 10만 원에 달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들러 영화의 향기에 흠뻑 젖는다. 이처럼 1900년대 초반 형성된 할리우드는 한 세기 넘게 세계 영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LA에서 열린 세계영상위원회 연합 로케이션 쇼의 모습. 각 영상위원회는 제작비 지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할리우드에 위기가 찾아왔다. LA 유력지인 LA 타임스는 최근 위기의 할리우드를 분석하는 심층 기사와 논설을 잇달아 내보냈다. 그만큼 할리우드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한 수치만으로도 알 수 있는데 상업 영화 제작은 1996년 이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고 TV 관련 제작도 2007년 정점을 찍은 뒤 73%가량 감소했다. 이로 인해 평균 연봉 9만80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직업 1만6000여 개가 사라졌고 뷔페, 세탁업, 경호업체, 음향업계 등으로 찬바람이 몰아쳤다.

그렇다면 할리우드를 위기에 빠뜨린 주범은 무엇일까. 정답은 돈이다.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꿈의 공장 할리우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100년 전에 할리우드를 만든 것은 연중 촬영이 가능한 환상적인 날씨와 풍부한 영화 관련 인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는 영화사들은 자연환경보다는 제작비를 아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영화를 촬영하는 조건으로 세금 우대를 받거나 제작비 일부를 보조받을 곳을 택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영화 촬영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큰 성공을 거둔 사례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곳이 뉴질랜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한 뉴질랜드는 영화 제작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뉴질랜드는 국가 브랜드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영화 촬영지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할리우드 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최근 열렸다. 지난 4~7일 LA에서 벌어진 제40회 'afci(세계영상위원회 연합) 로케이션 쇼 2015'다. 올해 40주년을 맞아 전 세계 130여 곳의 영상위원회가 참가했다. 이 행사의 목적은 각국 영상위원회가 영화사를 상대로 촬영을 유치하고 홍보하는 것이다. 올해 쇼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제작비 지원 소개였다. 각 영상위원회는 촬영지 안내보다 세금 우대와 현금 환급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최고 31%까지 세금 우대를 약속한 곳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각 국가가 경쟁적으로 제작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영화사들은 어느 곳에서 얼마나 지원하는지 비교해 촬영 여부를 결정한다. 이젠 혜택이 없다면 할리우드에서 찍을 이유가 없다"고 알려줬다.

할리우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중국이다. 칭다오에 대규모 영화 스튜디오를 짓고 있는 완다그룹은 올해 행사에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중국의 스튜디오가 오는 2017년 문을 연 뒤 할리우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계 영화계는 지켜보고 있다.

위기가 고조되자 캘리포니아 주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책이란 것을 따지고 보면 영화사에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고민도 크다. 결국, 세금을 영화사에 주는 꼴인데 '과연 그것이 정당한가'라는 물음에 직면해 있다.

할리우드의 위기는 영화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에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부산은 세계적인 영화 도시들과 경쟁할 제도를 갖추고 있는가. 아니면 부산만의 색깔을 가진 영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을 만들었는가. 부산이 진정한 영화 도시가 되고 싶다면 할리우드의 위기를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