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이드웨이'에 등장했던 유명한 와인 시음실. 이곳은 작고 오래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곳은 대부분 큰 규모로 운영된다.

- 2004년 개봉 농장 로드무비
- 샌타바버라 와인 홍보 톡톡
- 양조장·시음실 등 체험 투어
- 지역 관광산업 부흥 이끌어
- 10년새 일자리 1400개로 증가

- '영화도시' 효과 노리기 전에
- 부산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최근 '영화도시' 부산이 시끄럽다. 부산을 영화도시로 만든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 역사적인 20회를 앞두고 부산시와 영화제가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시와 영화제가 쇄신안을 마련하면서 겉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다시 불붙을지 모른다.

그동안 이어진 과정을 살펴보면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영화제와 영화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일자리 창출이다. 이 문제를 두고 찬반 논쟁이 격렬하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대신 일자리 창출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겠다.

	와인 시음실의 게시판. 이곳을 방문한 세계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자국 지폐를 걸어두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다. 제목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영화 마니아뿐만 아니라 와인 애호가들에게 유명하다. 지난해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국내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을 정도다.

영화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두 명의 친구가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 와인농장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 겪은 이야기를 그렸다. 일종의 로드무비다.

애초 독립영화로 만들어져 '사이드웨이'에는 한국계 배우로 알려진 샌드라 오를 제외하고 유명 배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와인과 인생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04년 10월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개봉했다가 전역으로 확대돼 71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무명이었던 배우들은 단숨에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 후 10년이 흘렀다. 얼마 전 LA의 한 언론은 '사이드웨이' 개봉 후 10년을 기념하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의 핵심은 '사이드웨이'가 샌타바버라 지역의 와인과 관광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샌타바버라 지역에서 직업 시장을 연구하는 분석가, 관광전문가, 양조장 연합회 등을 꼼꼼하게 취재했다. 기사에 제시된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와인과 관련된 일자리가 2005년 950개에서 현재 1400개로 늘었고 관광산업의 발달로 호텔과 소매점 등이 새롭게 들어섰다. 특히 영화를 보고 온 관광객이 영화를 따라 와인농장과 양조장을 방문하면서 양조장과 시음실이 대폭 증가했다. 10년 전 샌타바버라 양조장 연합회 회원이 75곳이었는데 현재는 거의 배로 늘었고 가입하지 않는 곳도 100여 개에 이른다.

단순히 수치만 나열해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경험담을 섞어 설명하면 관광객은 영화에 등장하는 몇 군데 양조장과 시음실을 직접 들르거나 현지 여행사 투어를 통해 방문한다. 이를 통해 끝없이 펼쳐진 와인농장을 직접 체험하고 양조장을 구경할 수 있다. 또 시음실에서 10달러 안팎을 내고 샌타바버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5가지 와인을 간단하게 맛볼 수도 있다. 영화에 등장한 시음실의 경우 영화 사진을 붙여두고 홍보하고 있으며 그곳을 방문한 전 세계 관광객의 방명록과 사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어디를 가나 한국어도 빠지지 않는다.

전 세계 와인 애호가뿐만 아니라 입문자들에게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꼽히는 '사이드웨이'의 가장 큰 역할은 샌타바버라 지역의 와인산업을 홍보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와인의 90% 정도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대부분 미국인조차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는 북부의 나파밸리와 소노마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사이드웨이'를 통해 샌타바버라 존재가 확실하게 알려졌고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와인과 관광산업이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는 샌타바버라가 LA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 정도면 부산이 '사이드웨이'를 주목해야 할 이유로 충분할 것이다. 영화 촬영지에 안내 팻말 세우고 대박 영화를 많이 찍었다고 자랑한다고 해서 관광객이 몰려오지 않으며(일시적인 현상은 논외로 한다), 경제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단순히 영화산업과 영화제에 경제적 파급효과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이전에 '사이드웨이'의 샌타바버라 와인처럼 부산은 영화도시 부산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사이드웨이'는 그것을 부산에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