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남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 방화골마을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 제5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 조기호 시인·최은영 작가 수상
- 특산물 선물 주민들과 어울려
- 문학인들 흥겨운 1박2일 잔치

경남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 방화골마을에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들어선 사연은 들을 때마다 '아름다운 인연이 낳은 작은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동화작가 배익천 씨는 동화를 쓰며 지낼 곳을 찾아 시골집을 순례하던 1990년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호로곡처럼 들어가는 길은 오솔길이지만, 그 안에 넓고 맑고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과 숲이 있는 이곳 옛집을 산다. 이곳 마을, 숲, 산, 물의 매력에 깊이 빠진 그는 평생지기이자 아동문학 후원자이고 예술애호가인 부산 방파제횟집 홍종관 박미숙 부부와 의기투합한다.

강정규 전 한국아동문학인협회장 표현으로는 '홍종관 대표-예원 박미숙 여사-배익천 동화작가로 이뤄진 정삼각형'인 이들은 2006년 방화골마을 뒤의 산 5만2800㎡(1만6000평)를 사들여 주말마다 와서 가꾸고 또 가꾼다. 고성군도 도왔다. 그렇게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태어났다.

■ 세상 하나뿐인 '1박2일 시상식'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 '동시'가 앞에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배익천 동화작가는 "제가 동화를 쓰니까 동화를 앞세울 수는 없는 것"이라는 알 것 같기도 모를 것 같기도 한 말을 들려줬다. 동시동화나무의 숲에는 수많은 종의 나무가 숲을 이뤘고,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글샘'이라는 샘이 있다. 동시인과 동화작가에게 나무를 선사하고 그 이름을 새긴 돌은 나무 밑에 두는데 지금까지 122그루가 동시동화인에게 '내 나무'가 됐다.

얼마 전 지은 연면적 400㎡(120평) 2층 건물 열린아동문학관을 비롯한 이곳 시설은 아동문학인이 글을 쓸 수 있게 빌려준다. 요즘은 단체로 찾아오는 어린이와 학부모의 현장학습 발길도 늘었다. 고성군도 지자체의 상징 공룡과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상징하는 동심을 잇는 데 관심이 많다.

해마다 6월에 여는 계간 열린아동문학(발행인 홍종관, 편집주간 배익천) 주최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은 전국 아동문학인 사이에 '세상 하나뿐인 시상식'으로 입소문이 나 "시상식 때문이라도 타고 싶은 상"이 열린아동문학상이라는 이야기까지 생겼다. 지난 6일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 제5회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는 동시 조기호(수상작 '반쪽이라는 말'), 동화 최은영(수상작 '절대 딱지) 씨였다. 전국 아동문학인 150여 명, 방화골마을 주민, 고성군 관계자 그리고 달과 별이 빛나는 밤은 소문대로 '세상 하나뿐인 시상식'을 연출했다. 그것도 '1박2일' 시상식이다.

■ '작은 기적', 감동과 행복으로

시상식 내내 홍종관 발행인은 스태프가 되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뒷바라지했다. '발행인 축사' 같은 순서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 박미숙 여사는 밥과 음식을 책임지느라 바빴다. 시상식은 오로지 주인공 수상자를 빛내는 데 집중했다.

수상자에게 꽃다발을 선사하는 화동은 고성초등학교 3학년 박시은 양, 박준휘 군이 맡았다. 수상자들은 화동들에게 자신이 쓴 책을 선물했다. 화동 2명은 받자마자 책부터 펴들었다. 부산어머니오케스트라와 '철부지와 여고시절'의 동요 공연은 현장을 동심으로 출렁대게 했다. 사회자가 "제2회 시상식 때 제1회 수상자들이 주최 측도 몰래 만년필 선물을 마련한 것이 전통이 됐다"고 소개하자 지난해 수상자 문삼석 시인이 "만년 동안 만인에게 닿는 작품을 쓰라고 만년필을 준비했다"며 전달식을 했다.

다음은 상금 300만 원과는 별도로 주는 선물이 이어졌다. 방화골마을 주민들은 정성스레 키운 생명환경쌀, 방화골 마늘, 방화골 양파, 고성 특산물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를 선사했다. 청도 구시장참기름집 대표가 내놓은 참기름 2세트, 옻칠도마와 천연비누, 허리건강매트, 이불, 음반, 금호타이어 선물카드…. 얼마 전 타계한 부산의 동화작가 최영희 씨가 이 행사에 내놓으려고 생전에 손수 만든 친환경비누와 다탁보도 있었다. 선물은 30여 종에 달했다.

깜짝 순서는 하나 더 있었다. 수상작품 낭송을 뜻밖의 인물이 한다는 것이다. 동시 낭송은 조기호 수상자의 아내가, 동화 낭송은 최은영 수상자의 아버지가 낭송자로 나서자 객석은 감동했다. 이 모든 순서가 끝나고서야 수상자 2명은 수상 소감을 말하려고 연단에 섰다. 연단에 오른 두 사람은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 진짜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동심'이 빛나고 넘친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