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뭉크가 그린 니체의 초상. 인간의 자유정신을 그는 강조했다. 국제신문 DB

우리는 그리스 시대부터 감정은 가슴에 있고 이성은 머리에 있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러므로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은 감정이 흥분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머리가 차가워진다는 말은 냉철한 이성이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수많은 철학자가 미래사회에 대한 예견과 미래 인류의 정신에 대한 전망을 했다. 니체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서문에서 "이제껏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자유정신"을 제시하며 본인의 글이 뒤에 올 어떤 사람들의 도래를 촉진할 것이라 했다. 이것은 온갖 굴레에 시달려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정신을 갖지 못하는 인간 정신의 한계를 지적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순수정신, 그 자유를 향하는 하나의 외침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구속된 마음은 왜 생겼으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사고나 감정이 구속되고 틀에 갇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 존재의 불안함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힘으로 살 수 없는 조건에 놓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환경과 조건에 대항하여 자기 존재의 유지와 보전이라는 커다란 명제 아래서 물리·정신·감정적 선호가 생길 수밖에 없다.

즉 내가 더 안전하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조건이란 결국 선별적인 여건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선택적 우월성에 따라 애증이 생기고, 여기에 따라 지속적인 훈련(반복)으로 인간에게는 감정이 생기는데 이 감정이 결국 경험에서 얻어진 것으로 '과거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정신작용 중에 의미 규정이나 가치판단이 감정에서 시작한 것이라면, 지난날들의 절대적인 영향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감각은 순수함이 없고 과거 경험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결국 우리가 느끼는 감각도 과거가 현재에 나타나는 것이다. 술이나 담배를 익숙하게 해본 사람은 술이 감각적으로 쾌락일 수 있지만, 한 번도 입에 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쓴맛이나 매캐한 고통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이성 작용은 현재 상황에 대하여 경험적 요소를 배제할 수 있고, 우리 생활이나 인생에서 잘못된 영역이나 요소를 파악해 낼 수 있으며, 객관적 입장에서 더 낳은 상황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왜냐하면, 이성이란 존재하는 사물이나 구체적 상황이 아니라 원리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정신영역이므로 과거 경험에서 한결 자유로운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이 이성을 회복한다는 것은 자기 한계, 즉 자기 경험과 가치관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인간 삶의 거의 모든 에너지는 욕구에서 비롯되고, 이 욕구가 감정이라는 형태로 나오는 것이라 사람이 자기 한계, 자기 경험, 출신의 한계를 넘어서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이 과거 경험이라는 이유,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다시 새로운 경험을 충실히 쌓아 삶의 방향이나 규모나 가치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우리의 과거 경험은 인생의 크고 무거운 관성으로 지속적인 동일 행동과 동일한 욕망을 일으킬 것이고, 이것을 끊임없는 이성적 작용의 힘과 절제로써 우리는 이겨갈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은 과거에 의해 만들어지고, 감각은 현재를 느끼며 이성은 미래를 바라본다. 욕망은 과거 정신의 상징이요, 이성은 현재 또는 미래정신의 상징이 된다. 욕망을 따라가면 내 삶의 과거 경향성을 벗어나기 어렵지만, 이성을 따라 나보다 나은 스승이나 성인을 따라 행하여 십여 년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새 경험이 새로운 감정과 가치관을 만들고, 우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과거 정신과 미래 정신의 수준 차가 클수록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그만큼 보람도 클 것이고 이것이 바로 사찰 벽마다 그려진 목우십도송의 본질일 것이다.

원불교 정관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