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문센트의 멤버들. 왼쪽부터 1st 기타 김기훈, 보컬 봉봉, 2nd 기타 이종기. 문센트 제공

태양처럼 뜨겁고 강렬하진 않지만, 때론 차갑고 때론 따스하게 느껴지는 은은한 달빛 같은 신선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추구하던 밴드 문센트(1st 기타 코러스 김기훈, 보컬 봉봉, 2nd 기타 이종기)가 멤버 문제로 인한 의도치 않은 휴식을 끝내고 삼인조로 재편성해 돌아온다.

오래전부터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달의 오묘한 이미지에 매료되어 팀 이름에는 꼭 '달'이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해오던 기타리스트 김기훈은 어느 날 멤버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만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영감을 받아 달의 향기를 뜻하는 '문센트(moonscent)'로 팀명을 지었다.

상상 속에서나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달의 향기를 음악으로 표현해보자는 뜻이기도 하다.

문센트의 음악에선 낯선 달이 떠 있고, 낯선 바람이 부는 어느 이국의 풍경이 연상된다. 스페인 전통음악과 집시풍 음악 등, 밴드 결성 당시엔 월드뮤직에 초점을 맞춰보려는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을 거듭했다. 그들의 롤모델은 다양한 월드뮤직의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음악세계를 구축한 뮤지션 스팅이었다.

지금은 특정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사람들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센트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치유의 음악'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다. '치유'라니…. 언뜻 거창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만병통치 무안단물 같은 그런 치유가 아니라 감정의 공유가 치유의 시작이라는 생각에서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음악을 통해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음악강사와 방과후 교사로 뛰며

2009년 제대 후 스레쉬 메탈, 얼터너티브 록 등 강렬한 록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를 전전하며 새로운 음악을 갈망하던 기타리스트 김기훈이 예전에 함께 밴드를 했던 누나인 보컬리스트 봉봉을 찾아가 군 시절 틈틈이 쓴 습작을 들려주며 새로운 팀을 만들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것이 문센트의 시작이었다. 당시 보컬리스트 봉봉은 당연히 강렬한 록 음악일 거라 예상했는데, 서정적이고 감성 가득한 음악이라 굉장히 의외였다고 기억한다. 현재 문센트 멤버는 모두 음악학원 강사로 가르치며, 방과 후 수업이나 밴드부 지도교사 활동을 병행하며 자라나는 차세대 우리 동네 록스타를 열심히 양성하는 중이다.

감성적이고 절제된 음악을 하는 것이 가끔은 가식적인 것 같다고 멤버끼리 농담도 하지만, 'Camel back' 같은 곡에선 문센트만의 강렬함이 드러난다. 아라비안 스케일과 변칙적인 리듬, 다양한 기타 톤을 구사하는 이 곡은 5인조로 활동할 때 자주 연주하던 곡이지만, 멤버 모두가 애착을 가지고 있어 언젠가 꼭 다시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다고 한다.

지난 15일 광복절에 부산대 앞 일대에서 밴드의 10번째 생일을 맞는 부산 클럽투어를 시작했다. 오는 9월 5일 토요일 '영도다리 축제'에 초청되어 오후 4시40분부터 영도경찰서 맞은편 버스킹무대에서 어쿠스틱 트리오로 돌아온 문센트를 만날 수 있다. 이날은 축제이니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장과 풍성한 먹거리 장터까지 마련될 예정이라 멤버들도 오랜만에 함께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축제를 즐길 생각이다.

찬바람 불고 낙엽 지는 10월엔 디지털 싱글 '호포에 가면'을 발표할 계획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볍게 떠난 여행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부산 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 앞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풍경을 표현한 노래다. 아르페지오와 텐션 코드, 사운드 이펙트를 활용해 마치 철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뉘앙스를 가미하겠다고 한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와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을 잇는 멋진 로컬 송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이렇게 쓰면 멤버들이 무지 부담스럽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해외에도 문센트 팬 만들 것

기술 발전으로 수많은 매체를 통해 음악을 쉽고 가볍게 즐길 수도 있지만, 낡은 LP판에서 느끼는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것 그리고 많은 이들이 부산의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문센트 멤버들은 밝혔다. 특유의 묵직함과 음악의 정통성을 지켜나가면서 그 안에서 색깔을 찾아 나가는 것이 부산 밴드의 특징이자 힘이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관객 수요가 부족한 것은 아쉽다고.

해외에서도 문센트의 음악을 알릴 수 있도록 천천히 준비도 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유럽 투어 공연을 떠나는 꿈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얘네들이 해외에서 인기 많대서 들어봤더니 한국 팀이래!"라는 얘길 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서울로 올라가 승부를 거는 것보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이 부산 로컬 인디씬을 지키면서 음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나 역시 언젠가 해외에서 문센트의 팬을 만나 "내가 지난주에도, 어? 문센트 기훈이랑 밥도 먹고, 어? 사우나 가고, 어? 다 했어!" 하고 마구 허세 부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물론 영어로 해야겠지.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