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펑크 밴드 '사이드카'의 공연 장면. 스케이트 펑크는 스케이트, 모터사이클, 서핑 등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펑크의 한 장르다.

기타와 보컬을 맡는 이수호, 베이스와 보컬 담당 김정훈, 드럼을 치는 이훈무로 결성된 3인조 스케이트 펑크 밴드 사이드카는 멤버 모두 각자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2006년 결성되었다. 강렬하고 속도감 넘치는 리듬 위에 탄산이 톡톡 터지는 상쾌한 콜라같이 청량감이 가득한 팝적인 멜로디로 펑크록을 처음 접하는 이들까지도 어쩔 수 없이 들썩이게 만드는 스케이트 펑크(주로 SK8 PUNK로 표기한다)라는 공통된 음악적 취향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로 시작했다. 하지만 멤버들의 유학, 군 입대 등의 문제로 활동이 지연되었다가 2011년 재결성하여 지금까지 전국의 라이브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그들을 매료시켰던 스케이트 펑크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 장르 넘나드는 자유분방함

스케이트 펑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 스케이트, 모터사이클, 서핑 등을 포괄하는 90년대 초 절정이었던 펑크의 하위 장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음악일 것이다. 전국적으로 봐도 그 명맥이 간간이 이어져 오는 정도다.

부산에서는 스케이트 펑크를 연주하는 밴드는 사이드카뿐이다. 평소 자주 공연하는 펍의 메뉴판에 있는 칵테일 이름을 따 즉흥적으로 팀 명을 만들었지만, 운전은 우리가 할 테니 사이드카에 우리와 함께 타고 맘껏 속도감을 만끽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과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을 질주하는 청춘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자양분으로 만들어진 스케이트 펑크 밴드가 '부산포니아'라는 별칭을 가진 대한민국 부산에서 탄생하게 된 것은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다.

보사노바와 스카, 익숙한 멜로디의 올드 팝이나 가요, 아이돌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차용하고 리메이크하기도 하는 자유분방함이 스케이트 펑크의 매력이다.

펑크록이 생소한 어르신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펄떡이는 활어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싱싱한 무대를 이질감 없이 환호하며 즐길 수 있어 라이브 클럽 무대뿐만 아니라 각종 축제, 행사 무대에서도 섭외요청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여심을 자극하는(간혹 소수의 남심까지) 웬만한 아이돌 못잖은 멤버들의 비주얼 역시 사이드 카의 인기에 한몫을 더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작가들의 연락도 한동안 이어졌지만, 지금도 매우 즐겁고 신나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고사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직접 무대를 기획하고 만들며 관객을 만나는 것이 훨씬 사이드카다운 것 같다. 최소한 음악에서만큼은 돈이든 다른 이유에서든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한다.

■ 17일 경성대 앞 클럽서 공연

현재 사이드카는 레이블 소속 없이 자체적으로 음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발표된 부산인디 컴필레이션 앨범 '특별시 부산'에 수록된 'Where I Belong' 이후, 총 10곡이 들어있는 첫 번째 정규 앨범을 올 연말까지 발표를 목표로 음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두 번이나 녹음과 믹싱과정을 거쳤지만, 완성도에 대한 욕심 탓에 이전 작업의 결과물들을 싹 갈아엎고 다시 작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앨범 작업 기간이 벌써 3년째에 접어들었다. 공을 들인 만큼 사이드카의 유려한 멜로디와 힘차게 질주하는 강렬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대한민국 스케이트 펑크의 필청해야 할 명반이 탄생할 것 같은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든다.

앨범 작업을 병행하는 가운데 오는 17일 오후 8시 경성대 앞 클럽 리얼라이즈에서 사이드카가 속한 전국구 하드코어/펑크 크루인 UNIONWAY 공연에 참가할 예정이다. 서울의 펑크록계의 형님 밴드 RUX와, 광주에서 활동 중인 베티애스(Bettyass)와 함께 부산 대표로 밴드 쾌남들이 출연한다. 더는 소개가 필요 없는, 조상님들이 성심성의껏 돌봐야 겨우 볼 수 있을 것 같은 멋진 팀들이 한 무대에 서는데 입장료는 단 돈 1만 원이다. 음료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이어서 다음 달 8일에도 역시 클럽 리얼라이즈에서 바다 냄새 물씬 나는 오션블루스 밴드 '리스펙스뮤직'과 함께 스필릿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중들이 음악은 공짜로 즐기는 것이란 그릇된 인식이 생겨난 것 같다. 창작자를 무시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음원 유통 시스템부터 정부 정책까지 따지고 들자면 밑도 끝이 없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 소식을 찾아보고, 직접 공연장에 찾아와 제대로 된 공연을 즐기고, 음반을 구매해 한 트랙, 한 트랙을 음미해주길 부탁한다고 한다.

■ "로큰롤 본고장의 공연이 목표"

부산에는 세계 무대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보석 같은 밴드가 가득하지만, 비슷한 장르를 연주하는 밴드끼리 함께하는 공연 기획이 대부분이라는 게 아쉽다고 한다. 장르 구분 없이 더 많은 다양한 밴드와 다양한 관객을 만나는 기획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멤버들과 함께 늙어가며 20년이고 30년이고 꾸준히 즐겁게 음반을 만들고 공연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언젠가는 어렸을 적부터 듣고 자랐던 로큰롤의 본토 미국에 가 성지 순례하듯 그곳 음악과 사람, 공간과 음식까지 모두 느껴볼 수 있는 공연 투어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세상에 진리는 없지만 분명 진심은 있다. 그것을 음악에 녹여냈을 때 공감을 일으키는 것 같아 노래할 때만은 최대한 진정성을 담아내려 한다는 우리 동네 록스타 사이드카. 국경을 넘어 더 많은 이의 심장을 뛰게 하는 록스타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그 전에 미리 공연장에 찾아가 셀카도 찍고 잔뜩 친한 척 해두자.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