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프란치스코가 과거
- 아르헨 독재자와 결탁했다는
- 소문을 파고들던 기자는
- 히틀러 시대 쉰들러와 같은
- '신부 베르골료'의
- 위대한 행적을 알게 됐다

넬로 스카보는 이탈리아 신문 '아베니레'의 사법사건 전문 기자다. 조직적인 범죄, 국제적인 테러리즘에 관한 탐사보도를 많이 했다.

그의 책 '베르골료 리스트'(분도출판사)가 최근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최종근 파코미오 원장의 번역으로 나왔다. 스카보 기자가 이 책의 '결론'에 쓴 고민 어린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젊은 시절의 프란치스코 교황.

"베르골료의 과거를 뒤지며 단서들이 하나둘 떠올라 나를 '리스트'로 인도해갔다.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탐사였다. 긍정적인 의미로도 부정적 열쇠로도 그랬다. 즉, 아르헨티나의 당시 예수회 관구장에게는 완전한 명예회복 아니면 사정없는 단죄가 될 것이었다. 나는 성인전 같은 것을 쓸 마음은 없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 기자로서 나는 알고 있었다. 베르골료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를 통치했던 야만인들에 대해 묵인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는 일이 충격적인 반향을 몰고 오리라는 것을."

크고 어려운 취재를 하는 기자의 긴장과 어려움이 짙게 배어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글에 나오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라는 이름과 '아르헨티나의 당시 예수회 관구장'은 바로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칭한다. 진정한 마음과 지극한 실천으로 현재 세계에서 널리, 진정으로 존경받는 바로 그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베르골료 리스트'가 다루는 주제는 어떤 쪽에서 보든 뜨거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베르골료)이 40대 시절에 당시의 극악무도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정권과 결탁했거나, 핍박받는 성직자를 독재정권에 밀고했거나, 방치했다'는 뜨거운 논란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증거와 증인을 찾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스카보 기자는 "내 면전에서 문을 꽝 닫아버린 사람들, 입을 꾹 다문 사람들 그리고 내게 '포기해'라는 조언을 준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방대한 취재를 한다.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의 지옥에서 살아남아 노벨평화상을 탄 사람(아돌포 페레스 에스키엘), 책을 40권 더 써낸 신부(호세 루이스 카라비아스), 작가로 거듭난 투사(알프레도 소모사), 그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는 법률가(알리샤 올리베이라) 등이 포함된 숱한 인터뷰와 자료조사가 뒤따랐다.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는 놀랍게도 젊은 날의 베르골료, 즉 지금의 교황 프란치스코가 악성 소문과 달리 독재시절에 얼마나 진정한 마음으로, 용의주도하면서도 담대하게, 핍박받는 사람을 구하고 도왔는지만을 확인하게 된다. '베르골료 리스트'는 바로 그런 과정과 결과를 기록한 책이다.

독재자와 '독재자의 개들'에게 끌려가 죽을 고생을 하다 베르골료의 '놀라운' 도움을 받은 체험자들의 회고가 많이 나오므로 책은 내용이 생생하다. 하느님을 모시는 영성의 지도자가 어떠해야 하는지 이 책은 잘 보여준다.

그리고 교황 프란치스코를 또 다른 각도에서 배우고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