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차태현을 인터뷰하러 드라마 제작현장을 갔었다.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pd는 ‘왕’같았다. 그의 한 마디에 배우를 포함해 모든 스탭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촬영을 하고 있었다. 버럭 고함을 질러도 아무도 pd에게 함부로 대항하지 못해,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보였다. 

30일 ‘사임당, the herstory’의 드라마 제작현장은 몇 년 전 봤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취재기자가 약 250명이다보니, 제작진이 취재진의 눈치를 봤다. 한 사진기자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촬영을 좀 멈춰주면 안되냐?”고 당당히 요구했다. 순간 멈칫한 제작진은 “별도의 포토타임을 갖게 하겠다”고 했다.

강원도 오죽헌의 숲 속, 손승헌은 많은 카메라 탓에 드라마 촬영과는 관계없이 3번을 걸어야 했다. 많은 취재진에 제작진이 밀린 것이다. 이영애도 20여 개의 돌계단을 10여 번 왕복하며, 제작진의 오케이컷을 골라내기 위한 작업과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병행해 대응했다. 그럼에도 이영애는 시종일관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 물론 공개된 드라마 제작현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몇 년 전 차태현을 인터뷰하러 간 날은 홀로였다. 범같은 pd의 고함소리에 놀라, 숨죽이고 제작현장을 지켜봐야 했다. 아마도 ‘사임당, the herstory’의 pd도 작렬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단지 시기와 장소, 그리고 많은 취재진을 의식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것 같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